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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통합하면 운임 오른다? 그럼 주가는?

중앙일보 2021.04.09 10:00
안녕하세요.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과거 금융위기 직후의 증시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줬던 종목(2009년 3월 1만9000원→2010년 6월 5만9000원). 대한항공입니다. ‘위기에서 벗어날 땐 항공주’라는 교훈을 남겨줬는데요. 여기에 최근엔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이라는, 생각할수록 놀라운 스토리까지 더해졌습니다. 덕분에 항공업황이 그야말로 죽쑤는 와중에도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주가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덧 6년 래 최고 수준. 자, 그럼 ‘어게인 2009-2010’으로 날아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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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여행 재개 기대감+독과점적 지위 프리미엄
· 구조조정 없이 통합 시너지 낼지는 의문
· 이미 불어난 몸집(시총)은 당분간 부담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 와중에 선방했습니다. 여객 실적은 그야말로 작살났지만(국제선 여객 수요 84% 감소), 화물이 떠받쳤죠. 덕분에 전 세계 항공사가 죽쑤고 있는데도 2020년 1089억원 영업이익 흑자 달성(연결 기준)!

 

항공화물 호황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전 세계가 컨테이너 부족에 시달리면서 배로 수출하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자, 일부 물량을 비행기로 실어 보내고 있기 때문인데요(해운 호황의 반사 이익). 덕분에 항공화물 수출단가도 한동안 상승세. 다만 화물운임이 하반기부터는 꺾일 가능성이 큽니다. 컨테이너 부족 사태가 하반기엔 풀릴 거고→그럼 해상 운임이 떨어지고→ 항공운임도 하락할 거란 전망이죠.
물론 주가를 들썩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화물이 아닌 여객이죠. 각국이 백신을 접종해서 백신여권이 나오면 이제 다시 기내식 먹으러 고고! 이런 기대감이 넘칩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진 불확실하지만. 2~3년을 내다보면 국제선 운임은 오를 겁니다. 이유는 두가지. ①해외여행이 다시 시작되면 여객 수요가 불붙을 텐데, 국내 항공사들이 이미 줄여놓은 여객 편수를 갑자기 확 늘리기가 어렵기 때문이고요. ②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통합하면 사실상 경쟁이 사라지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때문이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을 합치면 56.0%(2019년 기준, 외항사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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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②번이 핫이슈. 아시아나와 통합하면 국제선 운임이 오르냐, 아니냐. 말이 많습니다. 우기홍 대한한공 사장은 3월 31일 간담회에서 “시장 지위를 남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다시 말해 ‘자연적으로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뜻.

 
항공운임은 국토부가 인가하니까 통제할 수 있다? 절반만 맞는 소리. 국토부가 정하는 건 ‘상한가’뿐입니다. 고객들에 판매되는 최저가는 그 3분의 1 수준이고요. 국토부가 운임(상한가)을 제한해도 할인율이나 구간별 좌석수를 조정하면 실제 운임은 오르는 거죠.
 

고로 국제선 운임은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 항공사 고객들은 짜증나지만, 주가엔 긍정적 재료입니다.
아시아나와 합치는 게 주가에 마냥 좋기만 할까요. 어느 M&A이든 합쳐서 시너지를 내려면 중복되는 부분을 통합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한진칼은 이미 산업은행에 고용유지를 약속한 상태입니다. 고용유지 약속은 경영진(조원태 회장) 자리가 걸린 문제라 쉽게 깰 수가 없을텐데요. 임직원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지만, 과연 구조조정 없이 합치기만 해서 경쟁력이 생길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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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로 급격히 불린 덩치는 부담입니다. 대한항공은 M&A를 위해 올 1월 유상증자를 하면서 주식 수가 2배로(1억7400만→3억4800만주) 늘었습니다. 기존에 5조원 못 미쳤던 시가총액도 9조4781억원으로 뛰었고요. 코로나 직전(시총 2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시총이 3.7배. ‘대한민국 유일 국적 항공사’이자 ‘세계 7위 대형항공사(FSC)’. 프리미엄 요인임엔 틀림없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지 싶네요.

 
미국 LA 윌셔그랜드센터를 포함한 자회사 호텔사업이 향후 2-3년은 적자를 지속할 ‘밑빠진 독’이라는 점은 부담거리. 백신 접종으로 미국 내 여행이 되살아나서 제값에 호텔을 팔 수 있게 된다면 최선이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항공과 호텔, 시너지일 줄 알았더니 ‘이중고’.
  
대한항공은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훨씬 비싼 게 특이한데요. 우선주는 주식 수가 적어서 변동성이 심하니, 투자에 주의해야 합니다. 대한항공은 배당할 여력이 없는 기업이란 점에서 더더욱 우선주(의결권 없는 대신 보통 배당이 좀더 높음)를 투자할 이유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6개월 뒤: 
호재는 보이지만 훨훨 날아오르기엔 무거운 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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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