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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면 줄줄이 폭락, 승자 없는 정치 테마주

중앙일보 2021.04.09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4·7 재보궐 선거에서도 정치 테마주의 말로는 예외 없었다. 정치인의 단순 인맥으로 묶인 정치 테마주는 급등락을 반복하다 선거 후 거품이 빠지는 게 다반사였다. 이번에도 서울시장 유력 후보의 테마주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간의 롤러코스터 행보를 끝내고 줄줄이 급락했다.
 

정치인과 학연·지연·혈연 엮어
작전세력 개입하는 경우 많아
섣부른 투자로 큰 손실 볼 수도

‘오세훈 테마주'로 급등락한 진양산업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오세훈 테마주'로 급등락한 진양산업 주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의 테마주로 불렸던 진양산업은 8일 전날보다 24.58% 급락한 635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한 달 전 주가로 되돌아갔다. 진양화학도 지난달 말 683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날 20.79% 내려 4990원에 마감했다. 이 기업들이 테마주로 분류된 것은 양준영 진양홀딩스 부회장이 오 당선인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 하나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MBC 앵커 출신이란 이력만으로 테마주로 묶인 iMBC는 이날 1.87% 하락했다. 지난 1월 12일엔 6840원까지 치솟았지만, 8일 종가는 고점보다 42% 빠진 3935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정치 테마주는 일반적으로 ‘기대감→소문→급등→폭락’ 순으로 움직인다. 이런 패턴을 보이는 건 정치 테마주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 식 궤변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흔한 수법은 학연·지연·혈연으로 엮어 기업 대표가 ‘정치인과 친하다’는 식이다. 여기엔 작전 세력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19대 대선 정치 테마주 147개 중 33개 종목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가 적발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에게 돌아간다. 한국거래소가 19대 대선 테마주 224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투자자의 96.6%는 개인 투자자였다. 개미는 전체의 83%인 186개 종목에서 손실을 봤고, 평균 손실액은 계좌당 61만7000원이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16~19대 대선 기간 70개의 정치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선거가 끝나면 당선이나 낙선과 관계없이 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정치 테마주를 좇는 일부 투자자의 관심은 이미 대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8일 크라운제과는 별다른 공시가 없었는데도 전날보다 13.87% 급등했다. 이 회사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 종친으로 알려져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소년공으로 일했던 회사의 관계사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인 오리엔트정공도 이날 10.87% 뛰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정치 테마주의 끝은 좋을 수가 없다”며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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