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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피의사실 공표’ 압박, 검찰은 정권수사 속도

중앙일보 2021.04.09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오른쪽)은 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활동과 관련해 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해 유포했단 의혹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이 비서관의 모습. [연합뉴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오른쪽)은 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활동과 관련해 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해 유포했단 의혹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이 비서관의 모습. [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 민정라인 실세로 꼽히는 이 비서관은 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 접대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기획 사정(司正)을 목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별장 소유주인 건설업자 윤중천(수감 중)씨를 여섯 차례 면담했던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와 면담이 이뤄질 때마다 통화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검사는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언론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학의 출금사건 수사팀 겨냥
박 장관 “진상 조사하겠다”
검찰은 “수사는 수사대로 계속”
이광철 민정비서관 소환 검토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 무렵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 등 친여 성향 인사들의 ‘버닝썬 사건’ 연루설이 나돌았기 때문에 이를 덮기 위해 김 전 차관 사건을 부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 6일 “당시 (대통령에 대한) 보고에는 윤중천씨 면담 관련 내용은 없었다. 보고 과정에 이 비서관이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 의혹 사건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전 차관이 해외출국을 시도했던 2019년 3월 22일 밤 그가 이규원 검사,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불법 출금을 직접 조율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이 비서관 연루 의혹들은 법무·검찰 간 갈등의 대상으로 비화한 상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6일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한 이 비서관과 윤 총경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을 뒷받침할 세부 내용이 보도된 걸 두고 “피의사실 공표로 볼만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묵과하기 어렵다. 진상을 확인해 후속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7일 SNS에서 “사법 농단 등 정권에 유리한 수사 때도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여당·법무부·청와대는 침묵했다”며 “‘피의사실 공표 금지’의 강조 또는 침묵이 원칙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이 8일 “나는 일관되게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지적해왔다. (‘내로남불’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재반박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사팀은 “논란과 관계없이 수사는 수사대로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이 비서관 소환이나 증거 확보를 위한 강제 수사 착수 등을 검토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수사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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