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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민주당이 반면교사"…축제 대신 몸 낮춘 국민의힘

중앙일보 2021.04.08 17:14
“국민의 뜻에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서늘한 두려움도 느낀다.”

 
1년 전 4월 총선 직후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당시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을 합해 180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그러자 이 대표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다음 총선에서 참패했던 열린우리당의 기억을 주입하며 “겸손하자”고 다독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불과 1년 만인 7일 서울‧부산시장 두 곳 모두에서 큰 표차로 국민의힘에 참패를 당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2021.4.8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2021.4.8 오종택 기자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1년 전 이 전 대표의 발언을 곱씹고 있다. 오랜만에 든 축배에 취해 당 분위기가 느슨해진다면 불과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질 것이란 우려다. 당장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이 확실시 된 7일 밤부터 국민의힘 내부에선 축사보다 단속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유의동(3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남은 1년은 민주당과의 싸움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싸움”이라고 썼고,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5선) 의원도 이날 밤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승리는 여당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서 비롯됐다”며 “우리 진영의 고질병인 적전분열, 자중지란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지도부도 자축 대신 자중을 강조했다. 이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이 승리한 거라 착각하지 말라”며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외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조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잘 해서 지지한 게 아니니 정신 바짝 차리고 낮은 자세로 더 열심히 하란 충고를 많이 받았다”며 “각별히 조심하자”고 말했다. 비공개 의총에서도 김기현(4선)‧박대출(3선) 의원 등이 단상에 나서 “오만하면 안 된다. 개혁을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4.8 김상선 기자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4.8 김상선 기자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41곳을 휩쓸었던 민주당이 1년 만에 18.3%라는 큰 격차로 패배한 걸 야당은 주목하고 있다. 정책에 따라 지지 정당을 쉽게 바꾸는 스윙보터의 파워가 커진만큼 향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민심의 화살이 뒤바뀔 수 있다(오신환 전 의원)”며 두려워한다. 
 
지지세를 중도로 넓히는데 큰 역할을 해온 김종인 위원장의 공백은 큰 부담이다. 또 조만간 열리게 될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이전투구 양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당 지지율도 오름세라 벌써부터 자천타천으로 손을 드는 사람이 많다. 또 '영남이냐,아니냐' 등 국민의힘 내부의 해묵은 지역 경쟁 구도도 나타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이 활기를 찾는 건 좋지만 과열로 흐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초선 의원들은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1.4.8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초선 의원들은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1.4.8 오종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빼면 지지율이 뒷받침되는 야권 대선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은 결정적인 고민거리다. 이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합동 여론조사에선 윤 전 총장의 지지도(18%)가 전 주와 비교해 7%포인트 하락했다.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내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여전히 지지율 답보 상태다. 
 

이날 오전 당 소속 초선 의원 56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청년층의 지지를 받았는데, (당의)젊은 사람이 앞장서서 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신원식 의원), “당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당 지도부에 출마할 분들을 추천하겠다"(전주혜 의원)이라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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