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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조사 논란에 항변? 김진욱 32년전 고시생용 책 들고 출근

중앙일보 2021.04.08 14:29
8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8일 『형법각론』을 들고 출근해 각종 해석을 낳았다.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이 확산하자 김 처장이 돌파 의지를 나타냈다는 분석이 많다.
 

89년 출판된 고시생용 기본서 왜 들었나

김 처장이 들고 온 책 형법각론은 1989년 10월 30일 처음 출간됐다. 출판사는 박영사, 저자는 고(故) 이재상 전 이화여대 법학과 석좌교수다. 책이 판 갈이를 거듭해 2019년 8월 25일 제11판까지 나왔지만, 김 처장은 초판을 들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박영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 처장이 책 출판 보름쯤 전인 1989년 10월 18일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점을 고려하면, 합격 이후 본인이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하며 읽은 책을 이날 출근길에 들고나온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김 처장이 왜 하필 황제 조사 논란 등이 불거져 있는 시점에 형법각론을 들고 출근했는지에 대해 각종 추측이 나온다. 공수처 대변인실이 공식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밝혔지만,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수사기관의 수장이 일상적으로 볼 만한 책이 아니라는 게 이유다. 해당 책은 주로 사시 준비생이 많이 보는 것이다. 더욱이 최신판도 아닌 초판이다. 초판이 나온 이래 형법은 23번 개정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오래된 고시생용 기본서를 봐서는 현재 공수처를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법각론 보면 황제 조사 죄 안 돼” 보여주기

김 처장의 한 측근은 “최근 황제 조사 논란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이 시민단체 등의 직권남용 및 부패방지법 위반 등 고발 사건을 빌미로 자신을 수사하는 걸 두고 “죄가 되지 않는 문제인데, 공수처를 흔들기 위해 악의적으로 수사한다”고 항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형법각론을 보면 특정 혐의에 대한 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지난달 7일 이 검사장을 조사한 직후 허위의 수사보고서를 남긴 혐의로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수원지검이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당일 이 검사장을 촬영한 CCTV 영상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하자, 공수처가 일부만 제출했다가 검찰의 반발을 산 일도 있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공수처는 6일 면담 장소로 지목되는 342호실 앞 복도 영상을 추가로 내줬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수원지검 이어 안양지청도 수사 나서

김 처장은 면담에 앞서 자신의 관용차에 이 검사장을 태워 오며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 검사장에게 부당한 혜택을 제공하고 정부과천청사의 보안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이 검사장을 데려올 당시 운전석에 앉았던 김 처장의 김모 비서관(5급 상당 별정직 공무원)에 대해 특혜 채용 의혹도 있다. 대검찰청은 7일 이 혐의들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했다.
 
이 밖에 공수처는 거짓 해명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조사 당시 청사 출입이 가능한 관용차가 2대 있었는데, (공수처장 관용차 외) 2호차는 체포피의자 호송용으로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어서 이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2호차는 소나타 승용차로 뒷문을 안에서 열지 못하도록 하는 ‘키즈락’ 기능이 있지만 운전석에서 잠금을 해제하면 열 수 있다. 잠금장치를 풀지 않더라도 바깥에서 문을 열어주는 방법도 있다.
 
한편 검찰 내부에선 “김 처장 수사를 방해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수원지검이 황제 조사 논란을 수사하는 가운데 대검이 연관 혐의들을 수원지검이 아닌 안양지청에 배당한 건 “수사하지 말라는 지시인 셈”이라는 해석이다. 사실상 하나의 사건을 두 기관이 나눠 수사하면 효율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중·정유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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