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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시행 첫날…‘악마는 디테일’ 예고된 우려

중앙일보 2021.04.08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 활성화 법이다.”

8일 시행 여객자동차법 뜯어보니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의 법적 근거를 없애는 개정안이지만, 새롭고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가 제도권에 들어올 기반을 마련할 법이라는 취지에서다. 국토부는 “(법 개정으로)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질 것”이라 호언장담했다. 그로부터 1년 여가 흐른 지금, 정말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질 환경이 됐을까.

무슨 일이야

지난해 3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 당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중앙포토]

지난해 3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 당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중앙포토]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렸던 ‘개정 여객자동차법’이 8일부터 시행된다.
 
· 이 법의 골자는 3가지 유형 플랫폼 사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그 셋은 플랫폼 운송, 가맹, 중개. 이중 가맹(카카오T블루, 타다 라이트)과 중개(카카오T·티맵택시)는 기존 택시를 활용한 사업이라 새로울 게 없다. 개정 이전에도 여러 회사가 경쟁하고 있었다.
· 핵심은 플랫폼 '운송'. ‘택시 이외의 탈 것’을 위한 새로운 규정이다. 여객자동차법 제정후 59년 만에 처음 도입된 개념이다. 지난 1년여 간 국토부는 외부인사가 포함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꾸려 시행령과 행정규칙을 만들었다. 
· 하지만 국토부가 내놓은 제도에 대해 스타트업계 평가는 부정적이다. 사업을 가로막는 조항이 너무 많아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취지는 좋은데 왜

개정 법 덕분에 좋아진 점도 있다. 여객운송사업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감당했어야할 ‘불확실성’이 줄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더니 : 플랫폼 운송 사업은 국토부(심의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지난 1월 평가 기준을 담은 ‘허가 심의 요령’(규제개혁 심사 중)을 행정 예고했다. 문제는 100점 만점 중 6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 서비스 평가에서 ‘특화서비스’ 배점이 25점으로 지나치게 높다는 점. 지방·교통낙후 지역에서 서비스하는지, 교통약자를 지원하는지 등을 보는 항목이다. 사업 혁신성을 평가하는 서비스품질(15점) 지표보다 특화서비스 배점이 높다.
서비스평가와 별개로 진행하는 수송력 평가도 문제다. 국토부는 사업하려는 지역의 운송시장 현황, 수송수요를 봐서 플랫폼 운송 사업 신청자에게 허가를 내준다는 방침이다.그런데 현재 평가 방식대로라면 택시 많은 지역에선 플랫폼 운송 허가가 나오기 어렵게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시 외 탈것을 원하는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그 지역에 택시가 많으면 새로운 서비스가 생기기 어렵다. 
 
국내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임원은 “법이 개정되면 초기 스타트업들이 실험적으로 뭐든 시도해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대와 크게 다르다”며 “자본과 노하우가 부족하고 한정된 차량밖에 없는 스타트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조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지표는 여러 가지 심사항목 중 하나일 뿐이며 실제 심의는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는 타다베이직 서비스 종료 후 지난해 가맹택시 서비스 타다 라이트를 출시했다. [사진 쏘카]

타다는 타다베이직 서비스 종료 후 지난해 가맹택시 서비스 타다 라이트를 출시했다. [사진 쏘카]



② 스타트업 의견은 반영 안 되고 :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려면 택시업계를 위한 기여금을 내야 한다. 시행령이 정한 기여금 납부 방법은 셋.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매출의 5%, 운행 건당 800원, 허가받은 차량당 월 40만원 중 택해야 한다. 스타트업 1500곳이 가입한 이익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해 8월 이 기여금이 과하다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신규 사업자는 차량도 사야 하는데 기여금 부담이 크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정 없이 원안대로 8일부터 시행된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엔 기여금을 면제해달라는 건의도 나왔지만, 최대 75%(200대 미만)까지 감면하는 선으로 끝났다. 
 

이게 왜 문제야

전국 가맹택시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국 가맹택시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정 서비스를 사실상 퇴출하는 무리수 끝에 법을 개정했는데도, 택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가맹택시’시만 늘고 있어서다. 가맹택시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처럼 본점이 브랜드와 경영노하우를 지원해주고 각 점주에게 가맹금을 받는 사업. 기존 택시보다 조금 더 깔끔하고 친절하지만 크게 다를 거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월 25일 기준 전국 가맹택시는 3만 539대다. 2019년 3월 택시 100대로 시작했는데 2년 만에 300배 늘었다.
 
반면 '전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 운송을 하겠다는 사업자는 드물다. 현재 타다와 유사한 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 파파(300대 허가),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고요한M(100대), 고급차량 구독서비스 레인포컴퍼니(100대) 등 3곳만 플랫폼 운송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관련 규정이 모호하고 스타트업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많다”며 “스타트업이 해당 분야에 활발하게 진입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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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제 박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