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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소통왕’ 이재명, 왜 불통이라는 오명 붙었나

중앙일보 2021.04.08 01:50 종합 26면 지면보기
최모란 사회2팀 기자

최모란 사회2팀 기자

경기지역에 있는 계곡들은 여름이면 불법 식당으로 몸살을 앓았다. 상인들은 계곡에 발을 담그려는 피서객에게 자릿세 명목으로 바가지요금을 받고 닭백숙을 팔았다. “불법 식당을 단속해달라”는 민원이 지자체 등에 이어졌지만, 변화는 없었다.
 
계곡이 제 모습을 찾은 것은 2019년 6월부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민원을 접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청정계곡을 도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그는 반발하는 상인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등 소통했다. 계곡은 1년 만에 제 모습을 찾았다. 이 지사의 ‘소통’ 정치를 보여주는 일화다.
 
이 지사는 소통에 능숙하다. 찬반이 예상되는 정책은 “집단 지성의 조언을 구한다”며 SNS로 의견을 묻는다. 현장으로 달려가 주민들을 만나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소통을 바탕으로 한 정책으로 이 지사는 광역단체장 평가는 물론 여권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하는 이재명 지사. [뉴스1]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하는 이재명 지사. [뉴스1]

이런 이 지사에게 최근 ‘불통’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지난 2월 17일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한 이후부터다. 경기연구원과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경기도 산하 7개 기관을 북동부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하자 각 노조와 수원시민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이전 계획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경기도를 상대로 법원에 이전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이 지사가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명분은 ‘균형발전’이다. 경기 북동부는 접경지역과 자연보전권역 등 겹겹의 규제에 묶여 발전이 더디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남부권에 집중된 행정 기능을 고루 분산하겠다는 거다. 이 지사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을 치르면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북동부 지자체 17곳도 같은 이유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고 공공기관 노조와 수원시민들의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인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로 깎아내릴 수만은 없다. 경기도가 2019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차례에 걸쳐 발표한 이전 대상 공공기관 15곳 중 12곳이 수원시에 있다. 이들 기관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제법 크다. 여기에 GH와 신용보증재단은 3000여억원을 들여 수원 광교에 신사옥을 짓기로 한 상태다.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경기도의 ‘통보식 발표’다. 경기도는 발표 전날 경기도의회와 이전 대상 기관에 계획을 알렸다. 기관 직원들에게 이전 지역으로 이주를 권하면서 지원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이 지사가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불통을 넘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와 수원시민들도 경기도의 균형 발전에 공감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 지사는 지금이라도 ‘소통 왕’답게 노조와 수원시민을 대상으로 대화와 설득에 나서야 한다.
 
최모란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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