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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규근·이규원도 '기소후 공무중’…“법무·검찰엔 피고인 수두룩”

중앙일보 2021.04.07 18:49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조처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조처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지난 1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를 기소했지만 법무부가 아직 직무배제 등 인사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검찰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인사조치되지 않은 이후 법집행기관인 법무·검찰에서 유독 피고인들의 공무 수행이 관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차규근 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는 기소 전과 다름없이 각자의 근무지인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차 본부장과 이 검사에 대해 아직은 인사조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또한 "법무비서관실에 근무하고 있는 이 검사에 대한 파견 철회는 원소속기관인 법무부가 결정하지만 아직 법무부로부터 별도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됐던 정진웅 차장검사도 여전히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 차장검사는 심지어 기소 한 달 전인 9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영전하기까지 했다. 당시는 한창 독직 폭행 사건이 논란이 되던 와중이었다. 대검이 지난해 11월 정 차장검사의 직무배제를 법무부에 요청했으나 법무부가 결정을 미루면서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충돌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수사 대상 검사들을 직무배제했던 과거의 사례와 대비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전에는 수사 후 무혐의를 받거나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경우도 예외 없이 직무배제됐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인호 변호사의 법조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은 A 검사다. 해당 검사는 소속 수사관이 수사 자료를 유출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4년째 직무배제 상태다. 
 
만취한 상태에서 길을 가던 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700m가량을 따라가 강제추행 혐의를 받았던 B 부장검사 역시 논란 이후 인사조치됐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기소 사안이 아니다’라는 반론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 끝에 ‘무혐의’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B 부장검사는 두 달간의 직무정지와 부산고검 직무대리로 발령이 나는 등 중징계에 준하는 처분을 받았다.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2019년 대검찰정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2019년 대검찰정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독직폭행 피해자이자 채널A 사건 관련 수사를 받은 한동훈 검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한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곧바로 법무연수원으로 발령을 냈다. 한 검사장 역시 유·무죄를 다투는 재판 단계이기는커녕, 기소전 수사단계에서 직무배제됐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현직 검사와 법무부 고위공무원이 피의자 신분도 아니고, 기소를 당해 피고인 신분이 됐으면 당연히 직무에서 배제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과거에는 수사 대상이 되기도 전인 의혹 제기 단계부터 직무배제됐었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법무부가 정작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검사장은 "법을 집행하는 검사들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원칙이 무너진 사회가 된 지 오래다"고 꼬집었다.
 
정유진·김수민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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