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오전, 오태양 미래당 후보가 훼손된 본인의 현수막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거대 양당이 기자회견과 라디오 방송 출연으로 막판 호소를 나선 이 날에도, 이처럼 군소 후보들은 혐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오태양, 20여개 벽보ㆍ현수막 훼손돼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걸려있던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훼손된 현수막. 오태양 캠프 제공
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겠다며 나온 오 후보는 지난달 25일 공식 선거 운동 첫날부터 유세 방해에 시달렸다고 한다. 오 후보는 “서울 대한문 광장에서 첫 유세를 비롯해서, 강남 유세 등 이어진 대부분의 유세 현장에서 ‘동성애 반대’, ‘에이즈(AIDS) 반대’ 등을 외치는 방해 세력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낙선하겠지만, 당장 내일(8일) 오전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있다. 약자들도 당당하게 살 수 있을 때까지 정치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 혐오가 만연하지만, 이번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커버 문구를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라고 바꿨다.
신지혜, “후보로서 존중 못 받아”

5일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의 벽보가 강동구에서 훼손된 채 발견됐다. 후보의 얼굴 부분이 날카로운 물체로 찢겨 있다. 신지혜 캠프 제공
신 후보는 하지만 선거 운동 기간은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선거가 거대 양당의 횡포와 ‘생태탕’ 공방으로 흘러간 건 아쉽지만, 지난해 9월 출마 선언 후 7개월간 청년ㆍ당원들과 직접 공약을 만들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평등한 서울을 구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선거 기간 만난 시민단체를 세보니 46개였다. 이들이 우리에게 해준 조언을 4년 임기 시정 활동에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지예, 세 번째 출마 세 번째 테러당해

5일 훼손된 채로 발견된 신지예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벽보. 신지예 캠프 제공
현재 나타나고 있는 벽보 훼손의 피해 원조 격이 신 후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단발머리 사진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란 문구가 적힌 그의 벽보는 커터칼로 눈이 파인 적이 여러 번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신 후보의 벽보 중 일부가 찢어지고 뜯겨나갔다.
신 후보는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 대결을 넘어 연대하자고 했다. 캐치프레이즈도 ‘페미니스트 서울시장’(2018년)에서 ‘당신의 자리가 있는 서울’(2021년)로 바꿨다. 신 후보는 “제 이념만 강조하는 것보단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선거 운동을 했다”며 “지금의 반목을 넘어 서로 비난하지 말고 연대의 감정을 갖자”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