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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세 물귀신 작전…G20에 법인세 함께 올리자 압박

중앙일보 2021.04.07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부활절 토끼와 인사하는 바이든 부부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부활절 토끼 '이스터 버니'와 인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이 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AFP=연합뉴스]

부활절 토끼와 인사하는 바이든 부부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부활절 토끼 '이스터 버니'와 인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이 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AFP=연합뉴스]

“지난 30년간 이어진 법인세 바닥 경쟁을 멈춰야 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조세 회피처(Tax Havens)를 본격적으로 압박할 태세다. 5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연설에서 결의를 드러냈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내릴 생각만 하지 말고, 다국적기업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최소한의 세금은 내도록 마지노선을 정하자는 얘기다. 이른바 ‘글로벌 최저 법인세(법인세 하한)’ 도입이다.

옐런 “글로벌 최저 법인세 협의 중”
미, 부양 재원용 법인세 증세 필요
나홀로 증세 땐 기업 탈출 우려
G20 동참시켜 자국 피해 막기 나서

 
옐런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해 수준 높은 경쟁을 기반으로 전 세계 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며 “현재 주요 20개국(G20)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세운 명분은 ‘공정’이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매머드급 부양책을 위한 재원 확보와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2조2500억 달러(약 25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방안인 ‘미국 일자리 계획’을 발표했다. 막대한 규모의 재원은 ‘증세’로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21%인 미국의 법인세를 28%까지 올리기로 했다.
미국의 한 의류매장에서 고객이 마스크를 쓴 채 상품을 보고 있다.[사진 셔터스톡]

미국의 한 의류매장에서 고객이 마스크를 쓴 채 상품을 보고 있다.[사진 셔터스톡]

 
법인세를 올리면 미국 시장의 상대적인 매력은 떨어진다. 다국적기업을 포함한 회사가 미국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부양책을 통해 중산층을 살리려 안간힘을 쓰는 바이든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자리 창출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금을 올리면서도 미국 국경 밖으로 기업이 ‘탈출’하는 걸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다. 다른 나라가 법인세 세율을 더 낮추거나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유지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법인세율을 높이더라도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이 도입되면 다른 국가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이 잠재적 이점을 갖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미국 뉴욕 5번가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뉴욕 5번가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옐런보다 더 나갔다. 전 세계 최저 법인세율을 현재 논의되고 있는 12.5%에서 21% 수준까지 올리도록 유도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만 세율을 올려 경쟁력이 약해지면 안 되는 만큼 다른 나라도 ‘증세’에 동참시키겠다는 은근한 압박이다. 미국의 국익을 위한 증세 강요라는 ‘바이든 레짐’이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옐런 장관이 기치를 든 글로벌 최저 법인세 논의는 국제무대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WSJ는 “5~11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를 앞두고 옐런의 발언이 나온 만큼 각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실제 합의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디지털세와 관련한 국제 합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각종 이슈에서 이견이 있는 국가의 반발도 피할 수 없다. 게리 허프바우어 미 피터슨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BC방송에 “중국이나 러시아는 최저 법인세 논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의 필라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달 중국 상하이의 필라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AFP=연합뉴스]

 
법인세 하한을 도입하더라도 다양한 꼼수로 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허프바우어 연구원은 “각국이 법인세율을 올리는 대신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보조금 등 각종 편법으로 세금 감면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주요 동맹국에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등을 먼저 압박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 나라가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닌 만큼 다자주의 관점에서 결정되는 논의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김기환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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