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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교외 집값이 더 상승…맨해튼은 지난해 하락

중앙일보 2021.04.06 19:37
이코노미스트가 3일 지난해 도심보다 교외지역의 집값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나온 변화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가 3일 지난해 도심보다 교외지역의 집값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나온 변화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선진국에서 도심보다 교외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25개국에서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실거래 주택가격은 평균 5% 상승했다. 미국 집값은 11%나 뛰면서 2000년대 중반 주택 버블 이후 15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독일과 영국의 평균 집값도 각각 9%와 8% 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집값 폭등이 무조건적인 공식은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뉴욕시 맨해튼 집값은 지난해 4%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의 경우 맨해튼 주택의 중위가격은 전년 2분기보다 17.7% 떨어지며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맨해튼이 사실상 전면 봉쇄되고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도입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맨해튼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건 올해 들어서다. 백신 보급 등으로 경제 활동 정상화를 기대하면서다. 

교외 지역이 도심보다 집값 상승 더 가팔라
독일 7대 도시 집값 6%, 교외지역 11% 상승
뉴욕 중심 맨해튼선 지난해 4% 떨어져
도쿄 주택지 땅값 전년 대비 0.6% 하락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시드니 북쪽에 외치한 노던 비치의 평균 집값이 약 10% 상승했다. 반면 시드니의 평균 집값은 같은 기간 3% 오르는 데 그쳤다. [EPA=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시드니 북쪽에 외치한 노던 비치의 평균 집값이 약 10% 상승했다. 반면 시드니의 평균 집값은 같은 기간 3% 오르는 데 그쳤다.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르고 있는 곳은 도심이 아닌 통근이 가능한 교외 지역”이라며 “근 10년 동안 보지 못한 집값 상승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에선 베를린 등 주요 7개 도시의 평균 집값은 지난해 6% 오른 반면, 이들 교외 지역의 주택 가격은 11% 상승했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시드니로 통근이 가능한 노던 비치도 평균 집값이 10%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시드니 도심은 3%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은 사무실이자 학교이자 체육관이자 빵집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즉 더 넓은 주거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비싼 도심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교외 지역으로 집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대도심보다 통근이 가능한 도시의 외곽지역으로 이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대도심보다 통근이 가능한 도시의 외곽지역으로 이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AFP=연합뉴스]

 
 집값 상승의 여파가 거의 미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지난 1월 일본의 부동산 조사회사인 도쿄간테이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70㎡ 기준)는 3734만엔으로, 전년(3709만엔)보다 0.7% 오르는데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도쿄도가 5167만엔으로 3.3% 올랐지만, 가나가와현(2872만엔)과 사이타마현(2282만엔)은 각각 -0.3%와 -0.1%였다. 일본에선 집값의 기초가 되는 땅값(공시지가)은 오히려 떨어졌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1년 공시지가에 따르면 도쿄의 주택지 가격은 전년 대비 0.6% 하락했다. 일본 전국의 주택지 가격 역시 전년 대비 0.4% 하락해 6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도쿄올림픽 개최 등의 호재로 한동안 계속 오르던 일본의 주택 가격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히려 주춤하고 있다.
 
 지구촌 주택 임대시장에도 코로나19 여파가 미쳤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ㆍ멜버른, 미국 뉴욕 맨해튼, 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심의 평균 임대료는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5%까지 모두 하락했다. 임차인들이 재택 근무로 교외 지역을 선호하고 코로나19로 국경이 차단돼 대도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앞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한국적 현상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각국의 통화 팽창이 불가피하게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일본을 제외하면 해외 주요국에선 도심에 비해 교외가 집값 상승을 견인했고 일부 선진국 대도시에선 임대료가 하락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 한국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가 다 상승했고 집값과 임대료 모두 대폭 올랐다. 이를 놓고 한국에선 코로나19와 함께 정부 정책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남 집값 잡기에 본격 나서며 각종 규제를 쏟아냈고 이에 상대적으로 싼 강북의 집값이 일제히 올랐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풍선효과는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어 경기도로 퍼졌고 그 결과 수도권의 집값이 고루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12.32%이고, 경기도 아파트값 역시 12.66% 올랐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의 경우 코로나 여파로 도심 기피 현상이 일어나면서 교외의 단독주택 집값이 올랐지만 한국은 되려 안전자산인 도심의 집값이 더 강세를 보였다”며 “또 정부 규제책의 풍선효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도심 외곽의 싼 집을 매매하면서 강북과 경기도 등의 집값이 일제히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한은화ㆍ석경민 기자, 도쿄=이영희 특파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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