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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선 아군이 무서운 법···정의당 배신했던 與 인과응보"

중앙일보 2021.04.06 16:20
 
“박영선 후보님이 지금 할 일은 본인들의 민낯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따라 하기로 그 민낯을 가릴 수 없습니다.”
 6일 새벽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노회찬 버스’로 알려진 6411번 첫차를 타고 “노회찬 의원님이 (2014년 재ㆍ보궐 선거) 동작(을)에 출마하셨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드렸다”며 막판 연대를 호소하자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적은 답문이다.  

  
6일 정의당 여영국 대표(왼쪽 세번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연합뉴스

6일 정의당 여영국 대표(왼쪽 세번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4ㆍ7 재ㆍ보궐 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에도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길을 갔다.
 
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6411번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6411번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후보가 노회찬 버스를 찾은 이날 여 대표는 서울을 떠나 경기ㆍ호남을 순회했다. 부동산 땅 투기 의혹 규탄이 주요 의제였지만, 민주당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경기 광명에선 “박영선 후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실효성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기업의 입장만 철저히 대변했다”고 했고, 전남 순천에선 “(민주당은)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 180석 그 오만함이 갈등 정치를 확대시켰다”고 했다.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태 책임으로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정의당이지만,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엔 확실히 선을 긋고 독자적인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날에도 여 대표는 “도와달라”는 박 후보의 제안을 “염치가 있어야 한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정의당은 지난 2일엔 기본소득당ㆍ녹색당ㆍ진보당ㆍ미래당과 함께 ‘4ㆍ7 재보선 반 기득권 공동정치선언’을 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전날(1일) “힘들고 어려운 선거를 치르고 있다. 모든 정당과 시민의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지만, 정의당은 범여권 소수 정당과 함께 민주당에 대립각을 세웠다. 정의당 인사들과 가까운 박영선 캠프 관계자는 “원래 아군이 돌아섰을 때가 제일 무서운 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엔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 당시 비례위성정당을 꼼수로 세워 정의당을 배신한 게 인과응보가 됐다”(정의당 관계자)는 말이 나온다. 당시 정의당은 민주당과 협력해 연동형 비례제를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이 선거 막판 이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하는 비례 정당을 만들었다. 총선 후 정의당 내에선 “2020년 총선을 끝으로 민주당과의 연합은 끝났다”(배진교 의원)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정의당이 기득권 정당과 차별화를 선언해, 새로운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1대 총선으로 민주당은 거대 기득권 정당이 됐고, 정의당엔 류호정ㆍ장혜영 의원 등 새로운 세대가 유입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태를 거치면서 양당의 시각차가 극명히 드러났고, 정의당 내에서도 그에 맞춰 체질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선거 후에도 정의당의 독자 행보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애초 노무현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정당이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오긴 했지만, 헤어진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일은 아니다”라며 “또 새롭게 유입된 2030 지지층의 성향까지 생각하면, 적어도 내년 대선까진 정의당이 민주당과 협력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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