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천안함 사건 재조사 과정, 투명하게 밝혀라

중앙일보 2021.04.06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천안함 피격 1주년(2011년 3월 26일)을 맞아 해군이 공개한 천안함의 절단된 모습. 북한이 쏜 어뢰 폭발로 발생한 버블젯에 천안함이 두동강 나면서 골조가 위로 꺾인 채 휘어져 있다. [중앙포토]

천안함 피격 1주년(2011년 3월 26일)을 맞아 해군이 공개한 천안함의 절단된 모습. 북한이 쏜 어뢰 폭발로 발생한 버블젯에 천안함이 두동강 나면서 골조가 위로 꺾인 채 휘어져 있다. [중앙포토]

천안함 피격 사건 재조사 진정과 관련한 정부의 처리 과정이 의혹투성이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는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해 달라는 신상철씨의 진정을 지난 2일 최종 각하했다. 그런데 규명위는 신씨가 지난해 9월에 낸 진정을 12월에야 재조사한다고 국방부에 통보했다가 이번에 다시 번복해 기각한 것이다. 문제는 천안함 피격 사건처럼 중요한 사안의 처리 과정이 중앙일보 보도로 공개되기 전까지 국방부와 청와대가 3개월 넘게 은폐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과 생존 장병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규명위의 재조사 결정이 뒤늦게 알려지자 유족과 생존 장병은 크게 반발했다. 최원일 천안함 전 함장도 규명위와 국방부를 항의 방문했다.
 

진정→재조사→기각, 의혹투성이
청와대·국방부 은폐 말고 사과해야

‘천안함 피격’은 2010년 3월 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역에 침투한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천안함이 침몰한 북한 도발 사건이다. 천안함은 북한 어뢰가 물속에서 폭발하면서 생긴 ‘버블젯’ 현상에 의해 두 동강이 났다. 함정에 탔던 장병 가운데 46명이 전사했다. 그때 피해를 당한 천안함은 평택 2함대사령부에 전시돼 있다. 천안함의 파괴 단면을 보면 바다 아래에서 발생한 강력한 폭발력에 함정의 골조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꺾여 있다.
 
신씨 주장처럼 천안함이 암초에 좌초했다거나 미군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다. 암초에 부딪쳐 함정 아래에 깊게 파인 흔적은 없다. 또 7000~8000t이나 되는 미 해군 잠수함은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한 얕은 바다에 갈 수도 없다. 천안함(1220t)에는 잠수함에 부딪혀 움푹 들어간 부위도 없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해 기소된 신씨에 대한 1·2심 재판부도 “좌초설은 근거 없다”고 이미 결론을 냈다.
 
신씨의 좌초설 주장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북한 도발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됐다는 군의 발표가 모두 거짓이라고 부인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규명위가 신씨의 진상조사 요구를 처음부터 기각하지 않고 수용한 배경은 이해할 수 없다. 규명위가 이를 몇 달 동안이나 숨기며 몰래 조사하려다 언론 보도로 여론이 나빠지자 다시 기각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신씨의 진정 사건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태도는 정직하지 못하다.
 
신씨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시류에 따라 수용 또는 부정하는 청와대와 국방부를 어찌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천안함 피격과 같은 북한의 도발을 엄중히 따질 능력도 없는 정부가 정상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할 수 있을까.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번 진정 사건의 처리 과정을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직도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는 천안함 전사자 유족과 생존자에게 먼저 엄중히 사과하기 바란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