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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곳 중 1곳 1년 벌어 이자도 못 내…더 벌어진 ‘K 양극화’

중앙일보 2021.04.06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올해 1분기 농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약 2조2350억원)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김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4% 증가했다.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김치 판매대. [연합뉴스]

올해 1분기 농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약 2조2350억원)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김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4% 증가했다.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김치 판매대. [연합뉴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상장사 네 곳 중 한 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료·제약이나 전자·인터넷 등 업종은 영업이익이 급증해 코로나19가 국내 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 상장기업 작년 실적 분석
총영업익 67.3조, 25% 늘었지만
의료·전자 급증, 기계·운송은 급감
매출 상·하위 격차도 267→305배
고용은 실적 상관없이 모두 줄어

한국경제연구원이 5일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비금융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67조3000억원으로 전년(53조9000억원)보다 25% 증가했다. 2019년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 따른 기저 효과와 함께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얻은 반도체·가전 등 주력 산업의 수익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상장사 영업이익은 2018년(108조원)의 62% 수준에 그쳤다.
 
업종·기업별로 실적이 벌어지는 K자형 양극화도 뚜렷했다. 매출액 상·하위 20% 기업 간 평균 매출액 배율은 2019년 266.6배에서 지난해 304.9배로 확대됐다. 평균 영업이익 차이 역시 같은 기간 2386억원에서 3060억원으로 벌어졌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지난해 255개로 조사됐다. 상장사 전체의 25%에 해당한다.
 
2020년 업종별 영업이익 증감률

2020년 업종별 영업이익 증감률

양극화는 업종별로도 뚜렷했다. 코로나19 진단 장비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지난해 의료·제약 업종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6% 급증했다. 전기·전자(64%)와 소프트웨어·인터넷·방송서비스(19%) 등 비대면화 수혜 업종의 영업이익도 늘었다. 반면 유통·대면서비스(-26%), 사업서비스(-39%) 등 서비스 업종과 기계(-73%), 운송장비(-39%), 철강·금속(-38%), 화학(-27%) 등 전통 제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많이 줄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기업 간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한 7개 업종의 경우, 업종별 상위 3개사의 영업이익 비중이 최소 63%를 넘었다.
 
고용은 실적과 상관없이 모든 업종에서 줄어든 경향을 보였다. 화학(-7.5%)과 유통·대면서비스(-6%)처럼 영업이익이 줄어든 업종에서 특히 종업원 수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증가한 소프트웨어·인터넷·방송서비스·통신 등 분야 등도 고용이 감소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장사 실적이 전반적으론 양호해 보이지만, 고용과 양극화 등 세부적으로 보면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장기화·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부 상장사는 실적과 상관없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든 일부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기업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6개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전년 대비 10.9% 늘었다. 하지만 56곳 중 32곳(57.1%)은 지난해 전년 대비 투자를 줄였다. 대기업집단 내 기업별로 보면, 조사대상 1067곳 중 지난해 투자를 줄인 기업은 508곳으로 파악됐다. 반면, 420곳은 투자를 늘렸다. 현대중공업과 포스코·롯데·KT 등 14개 그룹은 매출 감소에도 투자액이 증가했다. 박재권 CEO스코어 대표는 “코로나19확산에 따른 매출 감소에도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투자액을 늘리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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