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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냈는데 보상 차별, 판교밸리에 노조 바람

중앙일보 2021.04.06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내 주요 기업의 노조 관계자들. 파랑색이 넥슨 노조, 노란색이 카카오 노조, 초록색이 네이버 노조, 주황색이 스마일게이트 노조의 상징색이다. [사진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내 주요 기업의 노조 관계자들. 파랑색이 넥슨 노조, 노란색이 카카오 노조, 초록색이 네이버 노조, 주황색이 스마일게이트 노조의 상징색이다. [사진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인터넷·게임 관련 벤처기업·스타트업이 밀집한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노동조합 설립이 잇따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판교테크노밸리에선 많은 이익을 낸 회사들이 속출했다. 이렇게 회사 실적이 좋아지자 성과급 등 보상 수준에 불만을 갖는 직원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임원·일부직군 성과급 우대 웹젠
영입인재에 기존 직원 밀린 카뱅
공정한 보상 요구하며 노조 출범
고용불안 한컴도 17년 만에 부활

‘뮤’와 ‘R2M’ 등을 서비스하는 게임업체 웹젠에선 최근 노조가 생겼다. 넥슨·스마일게이트·엑스엘게임즈에 이어 게임업계에선 네 번째다. 웹젠은 올해 임직원들에게 평균 2000만원 이상을 보상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임원이나 일부 직군에서만 성과급이 큰 폭으로 오르고 나머지 직원들은 별로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IT업계노조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IT업계노조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노조는 지난달 25일 출범했다. 노조는 “카카오뱅크가 공정한 보상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2018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카카오뱅크는 2019년 13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122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 측이 정보기술(IT)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면서 현재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과거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한다.
 
한글과 컴퓨터에서도 지난달 23일 노조가 생겼다. 2004년 노조를 해산한 이후 17년 만에 부활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지속적인 흑자를 내고 있는데 고용불안 분위기를 조성하고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선 2018년에도 노조 설립 바람이 일었다. 밤에도 조명을 환하게 밝히고 장시간 초과 근무를 하면서 오징어 배나 등대에 비유하던 근로 환경을 바꾸자는 게 이슈였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금지하는 노동법을 시행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줬다. 2018년 4월에는 네이버에 노조가 생겼고 같은 해 카카오에서도 노조가 출범했다.
 
넥슨 직원들은 2018년 게임업체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었다. 이후 넥슨 노조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사용자 측과 합의하기도 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얼마나 근무했는지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초과 근무수당을 계산해 연봉에 포함하는 제도다. 원래는 근무시간이 불규칙한 업종에서 계산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것이지만 일부 업체 직원들은 회사가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면서 추가로 수당을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과거 인터넷·게임업계는 대형 제조업체와 비교해 직원 수가 많지 않고 이직이 잦다는 점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지급과 연봉 인상 기준이 모호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노조 설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 회사가 인재를 붙잡아 두기 위해 근속연수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부분도 노조 설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기술기업(빅테크)에서도 노조가 생겼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직원 200여 명은 경영진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과 불평등·성차별·인사보복 등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에선 지난 2월 앨라배마주 물류센터 직원 6000여 명이 노조 설립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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