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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한 수익률 문자는 '뽀샵'…주린이가 1000만원 털린 순간

중앙일보 2021.04.05 18:24
피부관리사인 김모(40)씨는 지난해 1월 5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주린이'(주식+어린이)였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주식시장이 반등하며 지난해 7월 수익률은 200%가 넘기도 했다. 수소테마주에 투자해 돈을 벌면서 투자금액은 5000만원까지 불어났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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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수익률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로 일이 줄며 직장까지 그만두며 마음은 더 급해졌다. 김씨는 "주식 관련 정보를 찾다 유튜브 방송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고급 정보 등을 앞세운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운영하는 주식리딩방에 가입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2월 주식리딩방에 가입한 뒤 한 달만에 본 손실액만 1000만원이 넘는다. 2000만원가량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700만원의 손해를 봤고, 가입비(500만원)의 절반을 위약금으로 뜯기면서다. 주식 리딩방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식리딩방 피해는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905건이던 주식리딩방 피해는 지난해 1744건으로 배로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 22일까지 접수된 건수만 573건에 이른다. 1년 전보다 50%나 늘었다. 김씨의 사례를 통해 주식 리딩방의 먹잇감이 되는 과정을 재구성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 등록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사투자자문업자 등록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자로 한 달간 종목 추천…시간 외 상한가 종목 보내 

김씨는 리딩방을 처음 접한 건 지난해 12월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다. 진행자는 “아래 번호로 문자를 보내주시면 더 자세한 매수 시점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김씨는 한 달 뒤인 올해 1월 해당 번호로 '관심'이라고 적힌 문자를 보냈다. 
 
김씨는 이후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6시 두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오후 6시에는 종목 추천 문자가, 오전 10시에는 추천한 종목이 상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달간 문자를 받은 뒤 가입을 결심했다. 김씨는 “추천 종목 상당수가 오른 것을 보고 개인투자자는 모르는 정보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전날 장 마감 후 시간 외 매매 때 상승한 종목을 추려 알려주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문자 외에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서 바람잡이를 이용해 개인투자자를 유혹하는 것도 대표적인 수법이다. 포토샵을 사용해 다른 회원의 수익률을 과장해 보여주기도 한다. 
유사투자자문업 민원 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사투자자문업 민원 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업체가 금감원 거론해도 믿지 마라

수익률로 일단 넘어온 사람들을 공략하는 두 번째 카드는 금융감독원이다. '특가'라며 제시한 가입비 500만원이 부담스러워 망설이는 김씨에게 금감원에 정식 등록한 업체라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까지 보냈다. 김씨는 “사기를 의심했지만 조회를 해보니 실제 해당 업체가 나와 믿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별다른 자격 조건 없이도 신고가 가능하다. 법정 자본금이나 전문인력 확보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는다. 교육이수증 사본을 받지만, 유사투자자문업자가 하면 안 되는 행위에 대한 교육이라 투자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금감원의 감독이나 검사도 받지 않는다. 피해가 발생해도 금감원의 분쟁조정 등도 받을 수 없다.
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료기간보다 긴 서비스기간, 바로 불공정 약관 

가입비 500만원이 부담스러웠지만 김씨는 계약하기로 했다. 상담은 전화로 이뤄졌다. 이후 카카오톡으로 환불 규정이 담긴 약관과 계약서도 받았다. ‘분쟁 발생 시 XX법원을 관할 법원으로 한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그런데 정작 계약기간이 전화상의 설명(계약기간 1년)과 달랐다. 계약서에는 ‘정식 기간 3개월+서비스 기간 9개월’로 적혀있었다. 업체 측은 “할인가로 계약해 3개월 가격으로 1년을 하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 기간을 길게 잡는 건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이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유료계약 이용일수만큼 사용금액을 차감하는 데, 유료기간이 짧을수록 일당 이용금액이 커져 환급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상 강의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자료 비용을 공제하는 방법도 투자자가 자주 당하는 수법이다. 
 

일대일 카톡은 불법, 상폐 종목 추천하기도  

리딩은 카카오톡 일대일 대화를 통해 이뤄졌다. 장 개장을 전후에 특정 종목의 매수가와 목표가 등을 지시했다. 사전 정보를 입수했다며 해당 업체는 김씨에게 장기 투자 2종목, 단기 투자 4종목을 추천했다.
 
문제는 속도였다. 단기 투자 종목은 카카오톡을 분 단위로 들여다보고 바로 사고팔지 않으면 수익을 얻기 힘들었다. 단기간에 오른 뒤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럴 때마다 업체 측은 “다음부터는 시초가에 진입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력 종목으로 추천받은 종목은 사자마자 하락했다. 김씨는 2000만원 어치를 샀는데 10일 만에 손실액이 700만원이 넘어갔다.
 
리딩방의 일대일 상담은 불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톡 일대일 상담은 불법 영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천 종목도 믿을 수 없다. 정민규 변호사는 “리딩방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종목을 추천해 큰 손실을 본 경우도 있다”며 “리딩방을 운영자 상당수가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최소한 홈페이지 등에서 경력이라도 확인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카드 할부 취소로 환불받아도 업체가 소송

손실액이 늘어나자 김씨는 가입 10일 만에 탈퇴를 결심했다. 탈퇴 의사를 밝히자 170여만원을 제한 환불금액을 알려왔다. 위약금(50만원)과 사용금액(60만원), 종목비용(60만원) 등이 포함됐다. 60일 이내에 해지할 경우 정보유출 위험으로 인해 별도의 종목 비용을 받는다고 했다. 업체 측은 “맹목적인 해지 요구에는 업무방해와 협박죄가 적용될 수 있고, 추후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그나마 김씨가 금감원과 소비자원 등에 각종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하자 업체는 환불에 응했다. 게다가 카드로 할부 결제를 했던 터라 환불 절차는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한국소비자원 장맹원 금융보험팀장은 “현금거래나 일시불 거래는 업체 측이 합의하지 않으면 소송 등을 거쳐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 결제 취소 등으로 돈을 받더라도 리딩방 측에서 서비스 이용료 미납을 이유로 투자자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는 금감원 등의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들다.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닌 탓에 금감원에서 분쟁조정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원의 중재 절차는 강제력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 스스로가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씨와 같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리딩방은 지금도 유튜브 등에서 회원을 모집하며 성업 중이다. 김씨는 “지금도 환불 못받은 회원들이 많은 데 버젓이 영업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며 "피해가 속출하는 만큼 정부가 더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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