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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숙박업소 70%가 우리 고객…소금 맞으며 영업한 결과죠"

중앙일보 2021.04.05 18:01

“처음에는 (숙박 업주한테) 불신을 많이 받았죠. 소금도 맞았어요. ‘또 뭘 뜯어먹으러 왔냐’ 하면서….”

 
국내 최대 숙박 서비스 스타트업인 ‘온다(ONDA)’의 오현석(41) 대표가 회상한 창업 초기 일화다. 그는 5일 "4~5년 전만해도 전국의 조그만 펜션을 상대로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만들어준다며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는 ‘잡상인’들이 많았다"며 웃었다. 오 대표도 2016년 9월 '티포트(현 온다)'를 창업하고 직원들과 지방 곳곳을 돌며 온다를 홍보하고 다녔다. 그 때 업주가 부정을 막겠다며 뿌리는 소금을 맞거나 꾸지람과 원성을 적잖이 들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문을 열어준 펜션에는 며칠씩 묵고 허드렛일을 자처하며 신뢰를 쌓았고, 그렇게 만난 업주분들이 지금 온다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오현석, 최대 숙박 서비스 ‘온다(ONDA)’ 대표 인터뷰

 
오현석(41) 온다 대표. [사진 온다]

오현석(41) 온다 대표. [사진 온다]

‘숙박업계의 풀필먼트 서비스’

온다는 숙박업소와 포털·OTA(온라인 여행사)·이커머스를 중개하거나 객실을 관리하는 B2B(기업간) 서비스를 제공한다. 객실 판매부터 유통, 고객 응대에 이르는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해 ‘숙박업계의 풀필먼트’로 불린다. 현재 온다는 숙박업소 3만6000곳의 객실 약 39만개를 네이버·야놀자·에어비앤비 등 31개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한다. 전국 숙박업소의 60~70%가 온다를 거쳐 유통되는 셈이다. 
 
온다의 서비스는 크게 객실 판매대행(GDS)과 통합관리(PMS)·위탁운영(GSA)로 나뉜다. 온다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판매대행은 각 업체를 온라인 플랫폼에 자동으로 등록하고 객실 판매 현황을 연동하는 서비스다. 통합관리는 각 업소가 더 쉽게 객실을 관리할 수 있도록 스케줄러나 데이터 기반의 가격 관리 앱 등을 제공해준다.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객실을 판매하는 업소들이 선호한다. 위탁운영은 호텔 통합 운영대행 및 컨설팅·마케팅 서비스로, 십 수명의 직원이 필요한 일을 1~2명이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여행객이 줄어 지난해 숙박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온다는 거래액 741억원에 매출 51억원을 기록했다. 2017 년 창업 직후와 비교해 약 5배가 증가했다. 오 대표는 “불과 5년 전에 시작했지만, 그동안 온다가 집중했던 건 숙박 업주와 신뢰를 쌓는 것이었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특히 온다에 의지하는 분들이 많아져 매출이 더 올랐다”고 말했다.
 
[이미지 2] 숙박 B2B 플랫폼 온다(ONDA) 2020년 역대 최대 실적 기록_매출 및 거래액.jpg

[이미지 2] 숙박 B2B 플랫폼 온다(ONDA) 2020년 역대 최대 실적 기록_매출 및 거래액.jpg

게임 개발자에서 유명 스타트업 대표로 

오 대표는 1세대 스타트업인 ‘한인텔’의 창업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 게임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그는 2004년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경영대학원(MBA)을 가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MBA 입학비가 한국에서 챙겨 온 3000만원을 훨씬 웃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돈이 궁해져 들어간 곳이 유학생용 포털사이트 운영업체 ‘헤이코리안’이다.
 
그는 게임 개발 경험을 살려 헤이코리안에서 부사장직까지 올랐다. 이후 개발자들을 모아 2009년 전 세계 한인 게스트하우스 예약 중개 플랫폼 ‘한인텔’을 만들었다. 그는 “당시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면 주로 싸이월드 홈페이지가 나왔다. 예약은 직접 전화를 걸어서 해야 했는데, 미국 시차를 고려하면 한국에서 새벽에 전화를 해야 했다. 입금도 은행에 가야 했다”며 “통합 사이트를 만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생각에 만든 게 한인텔이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온다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오현석(41) 온다 대표. [사진 온다]

서울 강남구 온다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오현석(41) 온다 대표. [사진 온다]

 
한인텔은 뉴욕에서 시작해 유럽·일본·하와이까지 지점을 내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오 대표는 “한인 민박은 주로 월세로 방을 얻어서 나머지 방을 (손님용으로) 내놓는 생계형이 많았다. 그런데 한인 민박 자체가 많아지면서 한인텔을 통해 객실을 소화하기 어려워졌고, 그즈음 출연한 에어비앤비에 방을 올리는 곳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후 "에어비엔비 등에 맞설 수 있는 전체 판매 프로세스를 모두 책임지는 업체를 구상했다"고 했다. 그래서 개발자 20여명과 의기투합해 만든게 온다다. 온다는 2019년 11월 KB인베스트먼트·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 100억원을 확보했다.
 

“2024년 전 세계 10만 업소가 온다 쓸 것”

오 대표는 “2024년까지 전 세계의 10만 숙박업소가 온다 플랫폼을 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가능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한국에만 숙박업소가 10만 개인데 너무 작게 잡은 것 같다”고 자신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국내 숙박업계의 지형도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중소 업체가 대형 호텔 체인과 비슷한 출발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만들고, 직접 판매를 늘려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거다.
 
오 대표는 “별도의 개발팀을 통해 현재 온다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하나로 담은 일종의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다. 나중에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 곳에서 가계부 관리나 비품 주문, 예약 관리 등을 모두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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