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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나라냐" 적폐 몰더니…靑 경제라인 톱3 다 기재부

중앙일보 2021.04.05 05: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 이형일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정부가 최근 잇달아 임명한 청와대 경제라인 ‘톱3’다. 공통점은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 관료라는 점. 청와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를 기재부 관료로만 꾸린 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정부가 정치보다 경제, 쇄신보다 안정을 택하는 인사를 하면서 경제 관료를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와 각을 세웠다. 재정을 중시하다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세균 총리가 올 1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정 동력 확보 측면에서 내각 교체 수요가 생겼는데 결국 안정감을 갖춘 경제 관료를 중용하는 모양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관료를 적폐 취급해놓고 요직에 기용하는 건 코로나19 경제 활성화 대책이나 부동산 대책을 안정감 있게 추진하는데 결국 기재부 출신만 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관료는 정치권, 시민단체 출신 인사와 달리 ‘예스맨’ 관습이 몸에 배어 있다”며 “시들한 정부에 냉정하게 돌아서는 정치권과 달리 ‘순장조’로 남는 경우가 많은 관료를 중용하는 건 전형적인 임기 말 레임덕 징후”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아래)이 지난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물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정세균 총리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아래)이 지난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물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정세균 총리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선 4ㆍ7 재보궐 선거 이후 추가 개각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현시점에서 교체해야 내년 5월 대선까지 임기 1년을 끌고 갈 수 있다. 만약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할 경우 전면 개각을 통한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 2018년 12월 취임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순위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장수’ 타이틀은 물러날 때가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홍 부총리 스스로도 사의를 밝혔다 반려된 적이 있다.
 
유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그간 홍 부총리 거취 관련한 논란이 이어졌지만 계속 신임했다. 현 정부 임기가 1년 남짓한 상황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같이한,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철학을 가장 잘 아는 관료를 굳이 교체할 이유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세균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선거 후 총리직을 내려놓을 경우 총리ㆍ부총리를 모두 교체하는 것도 부담일 수 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차기 경제사령탑 은성수·구윤철 거론 

차기 경제 사령탑 후보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꼽힌다. 둘 다 기재부 출신 경제관료다. 은 위원장은 금융을 주로 경험한 ‘경제 정책통’, 구 실장은 ‘예산 통’으로 각각 분류된다. 이 밖에도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과 고형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정은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사도 거론된다. 역시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정치권에선 조정식 전 민주당 정책위의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이 거론되지만, 가능성이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권칠승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이미 여당 출신 의원을 많이 기용했다는 측면에서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남은 정부 인재 풀이 좁아 ‘회전문 인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돌고 돌아 기재부 출신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경제 정책을 챙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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