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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외칠수록 박영선 사라졌다…사라진 인물론, 與 딜레마

중앙일보 2021.04.05 05:00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과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과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연합뉴스

 

“상황에 따라 중대 결심을 배제할 수 없단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 (2일, 진성준 박영선 캠프 전략기획본부장)

“진성준 의원과 의원단이 결정할 일이다.” (4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향한 민주당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 공세에 4일 작은 균열이 드러났다. 이날도 박 후보는 오 후보를 “거짓말 후보”라고 몰아붙였으나, 진 본부장이 언급한 ‘중대 결심’의 구체적인 내용은 사흘째 밝히지 않았다.
 
박 후보는 외려 “저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중대 결심’ 발언과 거리를 뒀다. 다만 “오 후보가 생태탕 주인·아들의 증언, 처남 사진이 나온 이후 관련한 이야기를 안 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진 본부장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멈칫거리는 사이, 국민의힘은 “‘생태탕집 주인’ 황모씨의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역공을 펼쳤다. 근거는 황 씨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한 음성녹취였다. 네거티브 공세가 진실 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이날 민주당 내부에서는 “선거에 인물을 내세워야 했는데 당 주도 정치공세만 남아 아쉽다”(수도권 중진)는 비판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라진 ‘인물론’

박 후보는 최근 민주당 지도부를 상대로 불리한 선거 판세에 대한 우려를 몇 차례 표출했다고 한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지난달 25일)에 “매일 2%씩 따박따박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지율 상승세가 역전승을 장담할 정도로 높진 않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에선 “후보의 장점을 당이 100%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박영선이 크게 뒤지게 된 데 후보 본인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며 “당 주도 전략에 박 후보가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부터 의원들까지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총공세를 집중하는 사이, 정작 박영선이란 인물을 부각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중진 의원은 “여당이라면 인물과 공약을 선거 전면에 내세워 비전을 제시해야 했는데, 되레 우리가 네거티브 선거를 주도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 최고위원은 “박 후보가 장관직을 던지고 나올 때만 해도 판세가 이렇게 나쁘지 않았다”면서 “후보 본인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朴·金 장점 사라져

지난 1월 26일 출마선언 때만 해도 여권에는 ‘박영선 효과’에 대한 기대가 적잖았다. 4선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수행한 경력이 장점이었다. 특히 첫 여성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후보로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유고 사태을 돌파할 “유일한 필승 카드”로도 불렸다. 박 후보는 지난 3월 초까진 여론조사에서 야권 예비후보들에 앞서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난달 23일 야권 단일화 이후 지난 1일까지 공표된 여론조사에선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4일 오후 부산 북구 포도원교회 드림센터에서 열린 '2021 부산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4일 오후 부산 북구 포도원교회 드림센터에서 열린 '2021 부산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1

 
인물론에서 소외되기는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4일 한 여권 인사는 “김영춘은 PK(부산·경남) 지역 내 중도 확장성을 가장 탄탄하게 확보한 민주당 자원”이라면서 “선거가 심판론으로 가다 보니 김영춘이란 인물의 강점을 부각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냈다. 김 후보는 지난달 27일 “저는 패전처리 투수가 아니다”라면서 “부산은 어차피 안 될 거라는 낙담을 그만두자”는 글을 페이스북에 직접 썼다.
 

정권 심판론 ‘바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민주당 후보들이 갇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현재 대통령의 서울지역 긍정 평가가 박영선 지지율, 대통령의 서울지역 부정 평가가 오세훈 지지율과 일치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는 후보 대결이 아닌,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선거 초반만 해도 민주당 입장에선 ‘믿는 구석’이었다. 진성준 위원장은 지난 24일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과반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 정치 지형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4·7 재·보선 승리를 전망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뒤바뀌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7%(3월 16~18일)→34%(3월 23·25일)→ 32%(3월 30일~4월 1일)로 매주 최저치를 경신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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