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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OK를 플레이오프로 이끈 최홍석의 눈물

중앙일보 2021.04.05 01:18
코트 위에 몸을 날려 버티고, 버텼다. OK금융그룹 레프트 최홍석(33)이 인생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정규시즌 4위 OK금융그룹은 4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단판 준플레이오프(준PO) 경기에서 3위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1(25-20, 16-25, 25-20, 25-19)로 이겼다. OK금융그룹은 2위 우리카드와 PO(3전2승제)에서 맞붙는다. PO 1차전은 6일 오후 3시30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날 경기 OK금융그룹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건 주포 펠리페(22점, 공격성공률 55.6%)였다. 하지만 숨은 공신은 최홍석이었다. 최홍석은 선발로 출전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줄곧 상대의 서브를 받아냈다. 리시브가 불안해 고민이었던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팀내 최다인 27개의 리시브를 받으면서 효율 51.9%를 기록했다. 잠잠했던 공격도 살아나며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득점을 올렸다.
4일 KB손해보험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리시브를 하는 OK금융그룹 최홍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4일 KB손해보험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리시브를 하는 OK금융그룹 최홍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최홍석은 "경기를 이겨서 너무 기분좋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하나가 되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감동 있는 승리가 아니었나 싶다. 시즌 내내 많이 준비하고 기회가 있었는데, 잘 살리지 못했다. 좋은 기회를 잘 잡은 거 같아서 의미있는 승리 같다"고 했다. 최홍석은 "많이 부족하지만 연습할 때 리시브와 서브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다. 100%는 아니지만 선수들이 잘 버텼던 거 같다"고 했다.
 
사실 OK금융그룹은 포스트시즌에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1라운드는 6연승을 달리며 선두 싸움을 벌였고, 정규리그 최종전을 이겼다면 3위로 봄 배구에 직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경기를 패하면서 마지막 기회를 놓쳤고, 다행히 한국전력이 우리카드에 지는 바람에 4위가 됐다. 최홍석은 "저희가 자력으로 당당하게 이기고, 좋았을텐데 우리카드가 한전을 이겨줘서 기회가 왔다. 놓치지 않고, 잘 잡아냈던게 팀에는 힘이 될 거 같다"고 했다.
 
최홍석은 2011~12시즌 드림식스 창단 멤버로 프로에 뛰어들었다. 군복무 기간(상무) 포함 2017~18시즌까지 우리카드에서 뛴 최홍석은 다음 시즌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된 뒤,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까지 9시즌을 뛰었지만 포스트시즌엔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최홍석의 영입에 힘을 쏟고, 선발 기용한 석진욱 감독도 "포스트시즌이 처음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최홍석은 "긴장보다는 설렘이 컸다. 경기 전 감독님이 선발로 들어가라고 했다. 부담보다는 빨리 경기를 하고 싶었다. 계속 경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부담보다는 재밌었고. 선수들 표정도 좋았다.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동료 선수들이 '할 수 있어'라고 해줬다. 오늘은 원팀이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최홍석은 경기 뒤 눈물을 보였다. 석진욱 감독은 "최홍석이 절실하지 않았나. 후배들에게도 밀리고 경기도 못 뛰는 모습에 실망도 했을 텐데 연습 때는 열심히 했다. 경기 끝나고 흘렸던 눈물에서 진정성을 느꼈고, 고맙다"고 말했다.
 
최홍석은 "잘 모르겠는데, 경기 끝나고 뭉클했다. 올 시즌 우리 팀이 높은 위치에서 포스트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열심히 했던 걸 조금씩 결실을 맺을 시간"이라며 "선수들이 지금 울 때가 아니라고 했다. 꾹 참고, 챔피언이 되고 다 같이 울자고 했다"고 말했다.
4일 KB손해보험과 준플레이오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OK금융그룹 최홍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4일 KB손해보험과 준플레이오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OK금융그룹 최홍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최홍석은 기다림이 익숙하다. 최근엔 출전기회가 늘었지만 이적 이후 선발보다 웜업존에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석진욱 감독도 "늘 연습을 열심히 했다"며 최홍석에게 고마워했다. 최홍석은 "시즌 초반에 교체로도 들어갔는데 못 보여줬다. 시즌 후반 4~6라운드 때는 부상도 한 번 왔다. 경기에 투입이 많이 안 됐는데, '그래도 내가 할 거를 하자'고 생각했다. 리시브라든지 준비하고 잇으면 분명히 기회가 올거라는 믿음을 가졌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PO 상대는 최홍석의 치정팀 우리카드다. 최홍석은 "탄탄한 팀이다. 우리도 밀리지 않으려고 한다. 감독님께서 부담보다는 '재밌게 즐기자'고 하셨다. 펠리페가 팀의 중심을 많이 잡아주고 있는데 우리카드전도 우리의 배구를 한다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의정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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