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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냉장고 팔던 상사맨…요즘 망고도 바람도 판다

중앙일보 2021.04.05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현대코퍼레이션 캄보디아 유통센터에서 망고를 분류하는 모습. [사진 현대코퍼레이션]

현대코퍼레이션 캄보디아 유통센터에서 망고를 분류하는 모습. [사진 현대코퍼레이션]

“사막에서 난로를 팔고 북극에서 냉장고도 판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은 이런 뚝심으로 한국 무역의 주축을 맡았던 ‘종합상사맨’을 그렸다. 국내 종합무역상사 1호였던 삼성물산 직원들은 1970년대 아프리카 북부의 리비아에서 난로를 팔았다. 리비아 정부의 난로 지원 사업을 따낸 뒤 국산 난로를 대한항공 화물기로 실어날랐다. 이쑤시개·이태리타월부터 한약재까지 못 파는 상품이 없었던 상사맨의 활약은 70~80년대 산업화 시대 한국 경제사의 한 대목을 장식했다.
 

새 성장동력 찾기 사활 건 종합상사
LG상사, 동남아로 의료사업 확장
포스코, 차 회사에 전기차 부품 공급
삼성, 북미서 풍력·태양광 발전사업

LG상사의 인도네시아 야자나무 농장. [사진 LG상사]

LG상사의 인도네시아 야자나무 농장. [사진 LG상사]

그랬던 종합상사가 잇따라 변신에 나섰다. 우선 회사 이름에서 ‘상사’라는 단어를 버렸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현대코퍼레이션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G상사는 LX글로벌로 이름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10년 ㈜대우를 인수한 뒤 2016년 포스코대우로 바꿨다. 2019년에는 다시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변경했다.
 
삼성물산의 캐나다 온타리오 풍력단지. [사진 삼성물산]

삼성물산의 캐나다 온타리오 풍력단지. [사진 삼성물산]

국내 종합상사들은 기존 사업의 핵심이던 무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LG상사는 의료·진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경력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선 회사 정관에 일곱 가지의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의료 검사 분석과 진단 서비스업, 전자상거래 등을 포함했다. LG상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동남아시아 등에서 의료·진단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월부터 캄보디아산 망고를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립축산검역본부를 설득해 기존에 없던 고시를 추가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생과일은 다른 상품과 달리 수입 통관 절차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없던 상품은 개별 고시를 받아 수입해야 한다. 캄보디아산 생망고 수입 고시가 없어 현지 검사를 통해 새롭게 받아냈다”고 전했다.
 
지난해 주요 종합상사 실적

지난해 주요 종합상사 실적

LG상사는 2018년 인도네시아 야자나무 농장을 인수하면서 팜오일(야자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팜오일에서 좋은 실적을 내면서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경영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팜오일 가격의 강세 흐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팜오일 가격은) 최근까지 유의미한 상승세가 이어진다. LG상사는 올해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환경 산업을 개척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회사(포스코SPS)를 통해 전기차용 구동 모터 코어를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모터 코어는 구동 모터의 심장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라 (모터 코어의)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 식량 관련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과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등이다.
 
기존에 에너지·소재를 주력으로 하던 삼성물산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친환경·디지털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0월 석탄 관련 신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석탄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원이란 이유에서다. 삼성물산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넓혀갈 계획이다. 2018년 캐나다 온타리오에 풍력·태양광 발전단지도 완공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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