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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이혼녀야, TV 나와선 안돼 그랬죠”

중앙일보 2021.04.05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한국 배우 최초로 25일 열리는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 [NYT 캡처]

한국 배우 최초로 25일 열리는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 [NYT 캡처]

“스트레스가 많아요. 사람들이 이제 나를 축구나 올림픽 선수처럼 생각하는데 부담스럽기도 해요.”
 

NYT 인터뷰서 연기인생 털어놔
“방송국 알바하다 탤런트 돼 열등감
73세에 오스카 후보 꿈도 못 꾼 일”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이 3일자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서다. ‘미나리’는 여우조연상, 앙상블상(출연진 전원),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등 3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NYT는 ‘연기를 꿈꾼 적 없었던 그녀가 이제 오스카(아카데미상 애칭) 후보에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학생 때 방송국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1970년대 스타 배우가 된 데뷔 초,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10여년간 두 아이의 어머니로 살다 이혼 후 한국에서 다시 배우생활을 하며 힘겨웠던 시절 등을 담담히 되짚었다.
 
우연한 기회 방송사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데 대해 윤여정은 “부끄럽다. 대부분의 사람은 영화를 좋아하거나 연극을 좋아했지만 제 경우엔 그냥 사고였다”고 말했다.
 
“솔직히 연기가 뭔지 몰랐고 열등감이 있었다. 그래서 대사를 받으면 아주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이혼 후 복귀에 대해 “‘윤여정은 이혼녀야. TV에 나와선 안 돼.’ 그땐 사람들이 그랬어요. 근데 지금은 저를 아주 좋아해 주세요. 이상하죠. 하지만 그게 사람들이죠”라고 말했다. “그만두거나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나는 이렇게 살아남았고 연기를 즐기고 있다”고 돌이켰다.
 
윤여정은 “저 같은 73세 아시아 여성이 오스카 후보에 오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라며 “‘미나리’가 많은 선물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은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부터 팬이었다고 한다. 정 감독은 NYT와 인터뷰에서 “윤여정 본인의 삶과 자세가 (정 감독의 외할머니를 모델로 한) 영화의 역할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에서 윤여정은 넉넉한 마음 씀씀이와 진지한 태도로 유명한 배우인데 “그런 점이 ‘미나리’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봤다”고 설명했다.
 
NYT는 윤여정에 대해 “생각에 잠긴 표정에서 종종 상냥한 미소와 쾌활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고요한 풍모엔 자연스러운 기품이 있었다”며 “자기 생각을 설득력 있게 말하면서도 단호했다”고 묘사했다.
 
‘미나리’는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작품·각본·감독·남우주연·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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