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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광동 소형 연립주택 2억대→12억대…공시가 쇼크

중앙일보 2021.04.04 18:40
서울 은평구 불광동 대원연립의 한 주택(1층 전용면적 80.33㎡)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2억 8600만원에서 올해 12억 500만원으로 4.2배(321.33%, 9억 1900만원) 올랐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공시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공동주택 단지는 서울에만 35곳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9.91% 올랐다.  
 
중앙일보가 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등록된 서울 지역 공동주택 9만6199곳의 지난해와 올해(확정 전) 공시가격을 웹크롤링(웹사이트에서 정보 추출) 방식으로 수집해 전수 조사한 결과다. 각 단지에서 첫 번째 동, 두 번째 가구를 선택한 뒤 이 가구의 올해 공시가격을 1년 전과 비교했다. 신축, 멸실 등의 이유로 최근 2개년 공시가격 비교가 어려운 단지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자치구 공시가격 2배이상 오른단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자치구 공시가격 2배이상 오른단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대비 공시가가 3배(200%) 이상 상승한 단지는 서울에 3곳(불광동 대원연립, 신대방동 세화빌라 다동 258.97%, 나동 249.51%)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2배(100%) 이상 상승한 단지는 서울에 35개였다. 공시가격이 2배 이상 오른 서울 공동주택 단지는 관악구가 15곳, 동작구 13곳, 서초구·영등포구·은평구 각각 2곳, 강남구 1곳이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지난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초구 12만7000가구를 전수 조사해보니 지난해 대비 올해 공시가가 100% 오른 공동주택도 있다”고 밝혔는데, 다른 구에서는 더 많이 오른 사례가 이번에 확인됐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은 단지 대부분은 10~30가구 내외의 소규모 빌라이며, 일부는 재개발 기대감 등으로 크게 오른 실거래가가 반영됐다. 공시가격이 최대 4.2배 오른 대원연립(1979년 준공)은 재개발 예정지 인근 역세권(연신내역)에 위치한 두 개층, 12가구 규모의 소형 연립주택이다. 2018년 2월 전용면적 90.75㎡가 8억 9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2년 4개월간 거래가 없었지만 지난해 7월 29~30일 이틀간 갑자기 15억원 이상에서 9건의 거래가 한꺼번에 이뤄졌다. 
 
은평구 불광동대원연립공시가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은평구 불광동대원연립공시가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동산원 관계자는 이 단지에 대해 "(시세가 반영된) 정상적인 공시가격이 책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구별 공시가격 책정에 대한 일관된 기준은 없다. 11가구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층·호·면적 등에 따라 각각 달랐지만, 올해는 이런 구분 없이 10억 4900만원으로 동일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논란이 일 때마다 "주택의 동 위치, 층 위치, 조망 및 조향, 일조, 소음 등 '공동주택가격 조사·산정기준'에서 정하는 가격형성요인을 반영해 산정되며, 가격형성요인 반영비율은 시세현황을 참고해 결정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렇게 나온 적정가격에 현실화율을 반영해 공시가격을 정한 것인데, 정확한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산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전수 조사 결과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오히려 내려간 공동주택 단지가 2311곳이며, 변동이 없는 단지도 3171곳으로 확인됐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 거래가 없거나 가족간 거래, 경매 등 특이 거래로 가격이 하락한 것이 반영됐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 월드타워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파트 10층 한 가구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9억 4500만원이었는데 올해 3.7%가 하락한 9억 1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이 사모펀드를 통해 420억원에 46가구를 통째로 매입해 화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새마을금고 7곳에서 총 27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대출한도 규제를 초과했다는 논란이 일자 공매로 아파트를 처분했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매 낙찰가가 형성되면서 공시가격도 이에 따라 하락했다. 
 
소규모 빌라는 물론 거래가 드문 100가구 내외의 '나 홀로 아파트'도 공시가가 크게 오른 사례가 많았다. 90가구인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한양(1층 전용 84.9㎡)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5억 9400만원 올해 9억 8000만원으로 65.13%(3억 8600만원) 상승했다. 
 
5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중에서도 50% 이상 오른 곳이 적지 않았다. 596가구 규모의 강동구 길동 GS강동자이(전용 84.88㎡)의 경우 공시가격이 5억2600만 → 8억6000만원으로 63.5% 상승했다. 840가구인 금천구 독산동 독산주공14단지 전용 38.64㎡ (1억 4600만 → 2억 2600만원, 54.79%), 3481가구 규모의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전용 44.1㎡ (2억 800만 → 3억 2100만원, 54.33%) 등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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