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앞줄 오른쪽부터),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3자회의에서 함께 걸어가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 “인도태평양 안보 우려 협의”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인도태평양 안보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라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안보 협의체 등 한국이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주제는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역내 중국의 도전 문제에 대해 한ㆍ미ㆍ일이 머리를 맞댔다고 시사한 것이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번 협의 소집의 목적 자체가 북핵 문제든, 글로벌 이슈이든 한ㆍ미ㆍ일이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따라서 결과물도 이견보다는 공통의 입장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협의에서는 중국에 연합해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중 견제 ‘키 맨’ 캠벨도 참여
이와 관련,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도 협의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직제상으로 NSC를 이끄는 것은 설리번 보좌관이지만, 사실 바이든 백악관의 대중 정책 ‘키 맨’은 캠벨 조정관이다. ‘아시아 차르’로 불리며 중국에 맞서는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는 그가 참여한 것 자체가 이번 3국 협의의 목표가 한ㆍ미ㆍ일 대중 견제 연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커트 캠벨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왼쪽 두번째)이 미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서 인삿말하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오른쪽에 앉아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中 “한ㆍ중 경제 통합, 이해 공동체”
미국과 경쟁하는 첨단기술 분야를 협력의 영역으로 콕 짚은 것으로, 한국 보도자료에는 없는 내용이다. 특히 5G는 중국산 화웨이 장비 사용을 염두에 두고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기술 자립을 위해 집적 회로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중국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한ㆍ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린지 불과 4개월 전인데, 정 장관이 이번에 샤먼까지 가서 왕 위원과 또 만난 것도 북핵 문제와 관련한 협력을 구하기 위한 목적이 커 보인다.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도록 설득, 북ㆍ미 간 협상 재개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려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훈 “대북 관여” 백악관 “제재 이행”
![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참석한 3개국 외교 사령탑. 왼쪽 사진부터 제이크 설리번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로이터·신화=뉴시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4/04/be3d45a4-feff-4e39-b06c-5a92b6851d5e.jpg)
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참석한 3개국 외교 사령탑. 왼쪽 사진부터 제이크 설리번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로이터·신화=뉴시스, 중앙포토]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 과거의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친 미국은 북한이 여전히 사찰과 검증 등 비핵화의 핵심 과정에 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보고 기대치를 낮추는 듯 하다. 백악관이 제재를 강조한 것도, 이제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면 압박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실질적 수단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中 “北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결해야”

왕 위원은 그러면서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대응해 자위적 수단으로 핵을 개발했다는 북한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했다.
백악관 “한ㆍ일, 양자관계 중요성 강조”
하지만 3자 협의에 앞서 서훈 실장과 기타무라 국장 간에 50분 간 진행된 양자 협의에서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 다른 양자 간 현안은 제대로 짚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의 관계 개선 촉구에 일본은 한국이 먼저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라고 맞받았는데, 관련한 상황 진전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