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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스피 30% 뛰었는데, 퇴직연금 수익률 2%대 제자리

중앙일보 2021.04.04 12:00
퇴직연금. [사진 pixabay]

퇴직연금. [사진 pixabay]

직장인들의 노후자금인 퇴직연금 규모가 지난해 255조원을 넘어섰다. 몸집은 해마다 불어나고 있지만, 연간 수익률은 2년 연속 2%대 제자리다.  
 
4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의 ‘2020년 퇴직연금 운용현황’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55조5000억원이다. 1년 전(221조2000억원)보다 15.5% 늘었다. 적립액은 2016년 이후 해마다 10%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퇴직연금 유형별로 보면 퇴직 시점 평균 임금과 근속 연수에 따라 결정되는 확정급여(DB)형 적립금이 153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적립금의 60%다. 운용수익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달라지는 확정기여(DC)형에는 67조2000억원(26.3%)이 적립됐다. 개인이 추가로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에는 34조4000억원(13.5%)이 쌓였다.
 
덩치 커진 퇴직연금, 수익률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덩치 커진 퇴직연금, 수익률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민연금 수익률은 9.7%  

커진 덩치에 비해 수익률 성적표는 초라하다. 퇴직연금의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2.58%로 전년(2.25%) 대비 0.3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1% 미만의 1년짜리 정기예금 이자보다는 낫지만, 노후 자금을 불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연금의 또 다른 축인 국민연금과 비교해도 저조한 수익률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외 주식투자로 9.7% 수익률(기금운용 수익률 잠정치)을 거뒀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30% 넘게 치솟은 영향이 크다. 퇴직연금의 장기 수익률 역시 2%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5년(2016~2020년) 연 환산 수익률은 1.85%였고, 10년은 2.56%다.
 
증시 활황에도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적립금의 89.3%(228조1000억원)가 예ㆍ적금이나 보험상품에 돈을 묻어두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있다. 반면 펀드나 주식투자로 돈을 굴리는 실적배당형은 10%(24조4000억원)를 간신히 넘었다. 돈 굴리는 방식에 따라 수익률 격차는 크다. 지난해 실적배당형 수익률(10.7%)은 원리금 보장형(1.7%)보다 6배 높았다.  
 

DC형도 원리금상품  비중 83%

제도 유형별 퇴직연금 규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제도 유형별 퇴직연금 규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제도 유형별로 살펴봐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편중돼 있다. 가장 많은 자금이 쏠린 DB형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이 95%를 넘어선다. 사실상 DB형은 대부분의 자금을 은행의 예ㆍ적금에 묻어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DC형이나 IRP는 DB형보다 실적배당형 비중은 높지만, 여전히 자금의 70% 이상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 위주로 굴렸다. DC형의 원리금 보장형 편중도는 83.3%, IRP는 73.3%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사전 지정 운용 제도(디폴트 옵션)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다. 디폴트 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가입자 투자 성향에 맞춰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굴려주는 제도다. 적어도 퇴직연금이 투자자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자동으로 펀드 등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증권가 '디폴트 옵션' 도입 주장 

국회의 입법 움직임도 있었다. 연초부터 안호영ㆍ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잇달아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퇴직급여보장법 개정 법률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은행과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실적배당형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면 원금 손실 우려가 크다는 반발 때문이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디폴트 옵션은 선택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운용 지시를 잊거나 전문적 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주는 것”이라며 “미국 등 퇴직연금이 발달한 국가에선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이 낮은 예·적금이나 채권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투자위험을 높이더라도 일정 부분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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