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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기간 최대변수는 막말…이부망천 이번에도 나오나

중앙일보 2021.04.04 09:00
4·7 재보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양천구와 성북구에서 각각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4·7 재보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양천구와 성북구에서 각각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블랙아웃(blackout). 대개 정전 또는 일시적 기억상실을 뜻하는 용어다. 정치권에선 선거 전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기간에 실시한 여론조사는 대외 공표가 금지되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각 후보의 지지율 변화 추이를 알 수 없게 된다. 이번에도 그 6일간의 ‘깜깜이’ 기간 동안 요동칠 표심 향배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6일 전부터 선거 당일 투표 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한 정당 지지도 및 당선인 예측 여론조사의 결과 발표 및 인용 보도는 금지된다. 4ㆍ7 재보궐선거의 경우 1일 0시가 기준이다. 다만 1일 0시 이전 시행한 여론조사는 조사 시점을 밝히고 보도할 수 있다. 선거 당일까지 합치면 모두 일주일간의 선거 판세 변화를 알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전국 규모의 선거에선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실제 당선되는 비중이 높았다. 특히 대통령 선거의 경우 직선제가 도입된 13대 대선 이후 지난 2017년 19대 대선까지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후보가 모두 대통령이 됐다(한국갤럽 기준).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후보(왼쪽)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1일 오후 각각 부산 서구 충무동 사거리,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후보(왼쪽)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1일 오후 각각 부산 서구 충무동 사거리,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방선거의 경우도 비슷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선됐던 제6ㆍ7회 지방선거의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도 박 전 시장은 2위 후보와 두 자릿수 격차를 벌리며 1위를 차지했다.

 
2010년 서울시장을 두고 오세훈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와 한명숙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제5회 지방선거도 공표 마지막 조사와 결과 순위가 같았다. 다만 당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실시한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조사에서 오 후보는 46.7%, 한 후보는 30.5%로 16.1%포인트의 격차를 보였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오 후보의 0.6%포인트 차 신승이었다.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에 대한 예단은 금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대체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의 후보 간 순위가 실제 선거 결과가 엇비슷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은 “부동산 문제에서 촉발된 정권 심판론의 강고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며 “이를 상쇄할만한 이슈나 쟁점을 민주당이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각 후보에 대한 추가 의혹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간 자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거 당일의 투표율이 최종 결과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 국민의힘의 20대 지지율이 높다고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투표장에 나올 것인지, 나온다면 야권 후보를 찍을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웃 동안 가장 큰 변수가 될 만한 요인으로 막말 등 이른바 ‘설화(舌禍)’ 가능성을 꼽았다. 엄 소장은 “선거전 막판에 말이나 태도 부분에서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말은 뱉으면 그 자체가 증거로 남아 어떤 의혹보다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선거전 막판의 설화 논란은 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 2018년 6ㆍ13 지방선거를 6일 앞두고 당시 정태옥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간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17곳의 광역단체 중 2곳(대구ㆍ경북)에서만 승리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선거일을 8일 앞둔 시점에 ‘나꼼수’ 출신이던 당시 김용민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후보의 과거 막말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선거 결과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민주통합당은 127석이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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