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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최태원의 대한상의’ 나비효과(1) 경제단체에 거센 변화의 바람

중앙일보 2021.04.04 00:02
엇갈리는 위상과 입지 속 “힘 합쳐 목소리 키워야” 평가도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5개 단체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무역협회(무협) 등 3개 단체 수장의 임기가 새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한상의와 무협은 각각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새로 취임했고,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명예회장)은 5연임을 통해 2년 더 조직을 이끌게 됐다. 5대 경제단체 모두 ‘기업인 회장 시대’가 열리며 이들이 보여줄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개 단체 모두 ‘기업인 회장 시대’ 열리다

 

구자열 무협 회장 “멋있게 무역 보국하겠다”

 
 
한국무역협회는 대한상의와 함께 변화의 물결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 중 하나다. 협회를 이끌어갈 수장이 민간 기업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무협 회장은 2006년 2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퇴임 이후 정부 고위 관료 출신들이 맡아왔다.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 출신 무협 회장 탄생 배경에는 수출 업계의 절박함이 자리하고 있다. 2018년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넘었던 수출액은 2019년 5424억1000만 달러로 10.3% 줄어든 데 이어 2020년엔 5128억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4%로 감소했다. 2년 연속 역성장으로 수출 업계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무협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인물로 구 회장을 택했다.
 
1978년 평사원으로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한 그는 15년 동안 전 세계 무역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1995년 LG증권(현 NH투자증권) 국제부문 총괄 임원으로 일하는 등 국제 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2013년부터는 LS 회장으로서 그룹을 이끌며 전 세계 25개국 100여 곳에 현지 생산·판매 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또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공동위원장·발명진흥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 정책 수립과 산업 활성화에도 일조했다.
 
취임 이후 한 달 남짓 지났지만 ‘야전사령관’이라는 별명처럼 구 회장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0일에는 국무총리 주재 확대무역전략조정회의에 참석해 해외 출장이 잦은 기업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고, 18일에는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1)’를 방문해 참가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전시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취임 일성으로 “무역보국을 위해 더 멋있게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한 구 회장이 위기에 빠진 수출 업계의 소방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전경련은 차기 회장에 허창수 현 회장의 5연임을 결정했다. 2011년부터 10년 넘게 전경련을 이끌어 가게 된 허 회장으로서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연임이다. 사임의 뜻을 꾸준히 밝혀왔지만 마땅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고사 끝에 결정한 연임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상의와 무협이 수장을 새롭게 교체하며 새 출발을 시작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계의 대변인’ 위상이 추락한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초청 대상 등에서 배제된 지 오래고, 정부도 대한상의와 경총을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허 회장도 지난 2월 제38대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재창립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후속 조치로 40대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부회장단에 합류시키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전경련은 부회장단에 정보기술(IT) 기업 총수와 2~3세대 경영인의 합류를 추진하고 있다.
 

추락한 위상 끌어올릴 돌파구 고심, 전경련·경총

 
 
이런 가운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전경련과의 통합을 제의하며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경련보다 상대적으로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경총의 처지도 좋다고 볼 수 없다. 대한상의와 함께 소통 창구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공정경제 3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각종 기업 관련 법안 통과 과정에서 기업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기 때문이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를 1년 남긴 상황에서 지난달 사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이 경제단체의 위상 강화와 반기업 정서 대응을 위해 경제단체 간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손 회장은 지난 2월 24일, 경총 정기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 3법과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기업이 힘에 부쳤고 이에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전경련은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거절 의사를 보였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우리는 작년에 친노동3법 통과에 노사분규가 일본의 217배인 나라다. 전경련과 경총은 각자의 고유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두 단체의 통합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손 회장이 “향후 얘기하기 나름 아니겠나. 서로 등을 지고 있는 단체도 아니다”라며 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힌 것. 손 회장은 적어도 경제단체 싱크탱크는 연내에 설립 채비를 갖추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선 무협·전경련·경총과는 달리 중소기업중앙회의 입지는 문재인 정부 들어 한껏 강화됐다. 문 정부의 ‘친 중소기업’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중기중앙회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10년째 중소기업계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의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김 회장은 2007년 임기 4년의 23대 중기중앙회장으로 취임한 후 한 차례 연임했고, 2019년 26대 회장으로 또다시 선임됐다.
 
그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해 12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저지하기 위해 경총·무협 등의 경제단체장들이 중기중앙회를 직접 찾아 김 회장과 같은 목소리를 내며 힘을 실어줬다. 김 회장은 초과유보소득세 도입을 골자로 한 정부의 세법개정안도 전방위적인 노력을 펼치며 결국 철회를 끌어내기도 했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5단체의 ‘기업인 회장 시대’에 대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기업단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일은 기업인 출신이 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자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그들의 논리가 법규에 반영됐다”며 “힘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대변하는 단체들의 성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간극을 줄여 기업인, 경영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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