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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추념식 찾은 문 대통령…“명예회복 책임 다할것”

중앙일보 2021.04.03 14:22
지난달 31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제주4·3 유해발굴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달 31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제주4·3 유해발굴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달 31일 제주4·3 유해발굴 현장에서 제보자 강군섭씨가 유해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달 31일 제주4·3 유해발굴 현장에서 제보자 강군섭씨가 유해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11살 어린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아이의 뼈는 흙에 녹아 이미 형체가 사라진 것 같아요.” 
 

지난 2월 특별법 통과 후 첫 행사
국방부장관·경찰청장도 함께 참석
3년 만에 희생자 유해 3구 발견

지난달 31일 오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제주 4·3 유해발굴터에서 만난 강군섭(79)씨의 말이다. 가시리의 한 농장에 있는 발굴터를 찾은 강씨는 “이 희생자들은 1948년 12월 21일 가시리 남쪽 ‘우구리동산’ 토굴과 움막에 피신 중이던 두 가족의 시신이라는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들었다”며 “나와 먼 친척인 가시리 마을 출신 강원길(당시 48세)씨와 가시리 주민인 김계화(당시 32세·여)씨, 강씨의 아들 강홍구(당시 11세)군 등의 유해가 여기 있다고 전해진다”고 말했다.
 
이날 이 농장 발굴터에서 ‘4·3 희생자 유해발굴 현장 보고회’가 열렸다. 제주 4·3 당시 ‘초토화 작전’으로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 유해 3구가 확인돼 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다만 11세였던 강군의 나이로 보이는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4·3위원회 희생자 신고자료와 4·3사건 추가진상조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강원길씨는 아내 고열평(당시 47세)씨 등 가족 전체가 몰살당했다. 김계화씨 가족은 남편인 강태춘(나이 미상)씨, 아들 강홍주(당시 1세)군도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31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제주4·3 유해발굴 현장. 최충일 기자

지난달 31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제주4·3 유해발굴 현장. 최충일 기자

 

2018년 공항 활주로 유해 발굴 이후 3년만  

이번 유해 발굴은 강군섭씨를 비롯한 제주도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있어 가능했다. 또 해당 농장 주인이 돌로 둘러싸여 있던 발굴 현장을 잘 보존했고, 발굴 작업에 땅을 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및 유족회는 지난달 22일 유해발굴 개토제를 진행했고 24~26일 일영문화유산연구원이 시굴 조사해 유해를 발견했다. 또 서울대 법의학연구실이 유해 발굴에 따른 시료 채취와 유전자 감식을 맡아 신원 확인을 벌이고 있다. 
 
4·3 유해 발굴은 2018년 제주공항 활주로 발굴사업 이후 3년 만이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유해 발굴 사업을 진행했지만 2011년부터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중단됐다.
 

지금까지 408구 발견, 133구는 가족 품으로

지난달 31일 제주4·3 유해발굴 현장에서 강군섭씨가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달 31일 제주4·3 유해발굴 현장에서 강군섭씨가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이번 가시리 발굴과 함께 4.3 당시 학살·암매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색달동·상예동·영남동·시오름·노형동 등 7개 지역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7곳은 기초 조사와 주민들의 증언·제보를 토대로 결정됐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4.3희생자 유해발굴을 통해 지금까지 총 408구의 유해가 발견됐다. 이 중 133구의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추념식이 끝난 뒤 4.3 사건 유족인 손민규 어르신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제73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추념식이 끝난 뒤 4.3 사건 유족인 손민규 어르신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73주기 추념식…文 “개정 특별법, 역사의 집 설계도” 

한편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내 제주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제73주기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열렸다. 제주를 찾은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4·3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 폭력에 의해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 서두에서 이날 사상 최초로 군·경 최고 책임자인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동반 참석한 점을 알리며 “정부에서 주관하는 공식 추념식 참석은 사상 처음”이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첫걸음인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해 3월 공포 시행되고 있는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늘 4·3특별법의 개정을 보고드릴 수 있게 돼 매우 다행”이라며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자 지원 방안을 담았다. 특별법 개정으로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되찾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에 개정된 특별법은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정부는 4·3 영령들과 생존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설계도를 섬세하게 다듬고,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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