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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퇴직연금 DB형 쥐꼬리 수익률…배당형 도입해볼만

중앙일보 2021.04.03 14:00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79)

오래 진통을 겪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연금법) 개정안이 지난 3월 24일 국회를 통과해 2022년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물론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힘들지만, 가입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 도입, 적립금운용계획서 작성 의무화, 가입자 교육 전문교육기관 확대가 그것이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2019년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 퇴직연금 도입률은 88.1%이지만 3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은 23.4%로 저조했다. 퇴직연금제의 혜택이 영세·중소기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사실 해외 퇴직연금은 기금형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퇴직연금제도는 가입자의 적립금을 자산운용으로 키워 노후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가입자가 자산운용 경험이나 전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금형에 자산운용을 맡기는 것이다.
 
퇴직연금법 개정에 따라 국가가 사용자 및 가입자 부담금 또는 기금제도 운용에 따른 비용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영세·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 pixabay]

퇴직연금법 개정에 따라 국가가 사용자 및 가입자 부담금 또는 기금제도 운용에 따른 비용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영세·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 pixabay]

 
일반적으로 기금형 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를 통해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회사와 독립된 별도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기금의 운영을 맡기는 것이 골자다. 이번 법 개정으로 도입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에서는 수탁법인이 근로복지공단이 된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장점은 영세·중소기업의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촉진할 수 있고, 노사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회사와 독립되어 있어 수급권이 보장되며, 자산운용 관련 전문성을 확보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개정안은 국가가 사용자 및 가입자 부담금 또는 기금제도 운용에 따른 비용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영세·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적립금운용계획서 작성 의무화

확정급여형(DB)을 도입한 30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립금 운용목적 및 방법, 목표수익률 설정, 운용성과 평가 등이 포함된 적립금운용계획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이를 심의하기 위한 적립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적립금운용계획서는 주어진 투자 기간 동안 투자자의 위험·수익률 목표, 위험 감내 수준 등을 규정하는 문서다. 따라서 사용자의 목표·유동성·세금·규정과 관련된 사항, 사용자가 처한 특수상황 등 투자 시 고려해야 하는 제약사항을 포함하게 된다.
 
적립금운용계획서 작성에는 노사와 함께 외부 자산운용전문가가 참여한다. 그동안 DB가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운용돼 임금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수익률을 보여도 담당자의 책임 문제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는데, 적립금운용계획서를 심의하기 위한 적립금운용위원회를 두게 됨으로써 수익률 개선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가입자 교육 전문교육기관 확대

우리나라 근퇴법에서는 퇴직연금가입자에 대한 교육이 사용자의 의무로 되어 있고, 사용자는 이를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번 법 개정에서는 사용자가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을 위탁할 수 있는 대상을 현행 퇴직연금사업자 이외에 전문교육기관으로 확대했다. 이로써 가입자 교육의 전문력과 교육만족도를 높이고자 한 것이다.
 
근로자의 노후 자산 증식과 직결되는 퇴직연금 제도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 변화를 반영해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시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근로자의 노후 자산 증식과 직결되는 퇴직연금 제도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 변화를 반영해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시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이들 개정 내용은 퇴직연금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많이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리 몇 가지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첫째, 사용자 부담금, 가입자 부담금 또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고 되어 있으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도록 해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요구된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원리금 보장상품 금리 등 일정 수익을 보장하고 운용성과에 대해서는 가입자와 공단이 합리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이 수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fiduciary duty)’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적립금운용계획서 작성과 관련해 기존에도 퇴직연금 사업자가 기업을 지원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사용자가 직접 작성하게 되어 있으므로 이 계획서가 실행되도록 사업자가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보완해야 한다. 나아가 자산운용의 동기부여를 위해 현재 법에서는 DB형의 이익을 사용자에 100% 귀속하게 돼 있으나 근로자에게도 일부 돌아가게 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배당형 DB(Surplus Sharing DB Plan)의 활용이다. 이는 DB형이라도 자산운용 수익이 목표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근로자 퇴직급여에 가산해주는 것을 말한다. 또한 CBP(Cash Balance Plan)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CBP는 DB형의 일종으로 기본 속성은 DB를 따르지만, DC(확정기여형)의 특성을 일부 지니고 있다. DB형은 퇴직급여를 ‘최종급여 x 근속연수’로 산출하나, CBP는 ‘매년 부담금의 누계액 + 보장이자의 누계액’으로 계산한다. DC형처럼 운용되지만, 회사가 운용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DB형의 한 형태로 분류된다. 시장이 좋아 운용수익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더 많은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배당형 DB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운용수익이 적더라도 법정 퇴직금 수준은 보장해준다.
 
셋째, 기존의 교육전문기관이 수없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관련 교육 콘텐츠와 인력의 우수성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듯하다. 퇴직연금 교육은 비대면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찾아 종합적인 기업 상황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IRP의 경우 퇴직연금사업자에 교육의무가 있는데 이들을 교육전문기관으로 지정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번 퇴직연금법 개정에도 가입자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사전 지정 운용 제도(디폴트 옵션)’가 빠진 부분인데, 현재 관련 내용에 대해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 자산 증식과 직결되는 제도다. 제도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 변화를 반영해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시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노후준비는 절망적인 인구절벽과 수시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성이 필요한데 법 개정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도 이번 법 개정으로 퇴직연금제도가 나아갈 길을 찾았다면 또 한 번 진화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열심히 문제를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해 나가야 한다.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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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김성일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필진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고령화하는 나라입니다. 100세 시대를 온전히 살아가려면 자산을 연금화해 오래 쓰도록 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제를 활용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활용도는 낮은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제는 앞으로 수 년 내 직장인의 가입이 의무화될 뿐 아니라 모든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개방될 전망입니다. 미국에선 우리의 퇴직연금제에 해당하는 401K 도입으로 월급쟁이 연금 부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노후생활의 안착을 책임질 퇴직연금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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