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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중과 줄타기 외교…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 추진

중앙선데이 2021.04.03 00:20 730호 9면 지면보기

동북아 외교전

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참석한 3개국 외교 사령탑. 왼쪽 사진부터 제이크 설리번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로이터·신화=뉴시스, 중앙포토]

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참석한 3개국 외교 사령탑. 왼쪽 사진부터 제이크 설리번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로이터·신화=뉴시스, 중앙포토]

동북아 외교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주말에도 미국과 중국에서 외교 ‘빅 이벤트’가 동시에 열린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다. 두 회의는 미·중이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며 서로 아군을 늘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모으고 있다. 그런 만큼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자 향후 동북아 정세 판단에도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미국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동
북핵 문제, 한·일 관계 개선 논의

중국에선 한·중 외교장관 회담
한한령 해제, 시진핑 방한 협의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여권 고위 인사는 2일 “오는 6월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전에 바이든 행정부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양국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위해 방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귀국하면 한·미 정상회담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4월 정상회담설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리뷰가 완료되기 전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한·미·일과 한·중 장관급 회의에 이어 이달 중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방미, 그리고 문 대통령까지 미국을 찾을 경우 미·중 패권 다툼의 가열과 함께 북핵 등 동북아 이슈도 한층 고차방정식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3국 안보실장 회의에는 서 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시간으로 2일 밤부터 3일 아침까지다. 이어 3일 오전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중국 푸젠성 샤먼(廈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두 장관은 업무 오찬까지 함께할 예정이다. 이례적으로 2일 밤부터 3일 오후까지 ‘쌍끌이 외교 회담’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처럼 미·중에서 각각 열리는 두 회의는 현재의 동북아 정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평가다. 미국은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이에 맞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한국을 좀 더 가깝게 끌어당기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는 의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리뷰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일 사전 브리핑에서 “3개국 회의를 여는 목적은 설리번 보좌관에게 대북 정책을 점검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며 “한·일 양국의 피드백을 들을 준비가 돼 있고 우리는 매우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 문제에 더해 또 다른 전략적·경제적 목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며 여기에는 반도체와 공급망, 바이오기술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이 가장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첨단 기술 분야도 한·일 양국과 함께 다루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정의용(左), 왕이(右)

정의용(左), 왕이(右)

중국도 한국에 비슷한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왕이 부장도 지난해 11월 방한 때 “‘한·중 무역 협력 계획 2021~2025’를 조속히 만들어 하이테크 기술·산업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는 북핵 문제와 미·중 갈등 이슈 외에 한·일 관계 개선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2014년 헤이그 효과’가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하고 취임 후 1년이 지나도록 한·일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두 정상을 끌어다 한자리에 앉힌 게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었다.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다. 그 결과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가 시작됐다. 이번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이 같은 한·일 관계 변화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샤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북핵 협력과 관련한 공감대 수위, 그리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아직 끝나지 않은 중국의 보복 조치인 한한령 해제 여부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구체적 윤곽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2017년 12월 문 대통령 방중 이후 계속 시 주석을 초청해 왔다.
 
외교가에선 왕이 부장이 지난달 22일부터 러시아와 중동, 아세안 회원국과 한국 등 11개국과 장관 회담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한·중 회담에서 미국을 의식한 중국의 어젠다가 우선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의 첫 출장국이 미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점, 회담 장소가 대만 코앞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중국의 ‘한국 견인 작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지혜 기자, 워싱턴·베이징=박현영·박성훈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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