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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서 전기차까지 40조 예산 쥐락펴락 ‘소통령’…지하철·수도료 결정도

중앙선데이 2021.04.03 00:02 730호 4면 지면보기

당신의 삶을 바꾸는 서울시장

인구 1000만 명의 대도시인 수도 서울의 시장은 ‘소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과 위상을 갖고 있다. 건설·교통·복지·교육뿐 아니라 독자적 예산 편성과 일부 세금 조달 권한까지 갖고 있어 외교와 국방을 뺀 대부분의 국정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다른 광역지방단체장은 차관급인데 비해 유일하게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또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유일한 지자체장이라는 점도 서울시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배석할 수 있다’가 아니라 ‘배석한다’로 못박아 의무 참석 대상이 됐다. 단 의결권은 없다.
 

막강한 권한과 위상
장관급 예우, 국무회의도 배석
경찰청장에 요청 땐 경호 받아

버스전용차로·공원 설치 가능
무상교육·무상급식 정책 결정

시 공무원 1만7000명 인사권
26개 산하 기관장 임면권도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둘러싸고 여러차례 갈등이 빚어졌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소속 정당이 갈려 유일한 야당 참석자가 된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청년수당 문제 등을 국무회의에서 이야기했는데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부총리와 총리까지 나서서 반박하고, 한 번은 청와대 정무수석이 복도까지 따라나오며 힐난했다”며 “국무회의는 지방정부의 애로사항이나 여러 고민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인데 소통이 전혀 안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박 전 시장은 메르스 확산 방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누리 과정 예산 등을 놓고 여러차례 대립했다.
  
‘강시장-약의회’ 구조로 견제 덜 받아
 
관선 시장 시절 당연직 국무회의 멤버였던 서울시장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배석자에서 제외됐다. 청와대는 “지방자치를 존중하고 효율적인 국무회의를 꾸려나가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이명박 시장이 야당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수차례 요청 끝에 국무회의에 한차례 참석해 청계천 복원 사업에 대해 보고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이 전 시장은 2008년 대통령 취임 직후 서울시장의 의무 출석 규정을 마련했다. 오세훈 전 시장때까지 출석율이 70%선을 유지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부터 10%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시장은 경찰의 주요 경호 대상이기도 하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무총리·국회의장·대법원장 등 3부 요인 등 법적 경호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요청을 할 경우 경찰청장의 재량에 따라 경호대상에 속할 수 있다. 경호 수위는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갑호), 3부 요인과 전직 대통령(을호)보다 낮은 병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018년 박 전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에 위치한 옥탑방에서 한달 동안 입주해 생활할 당시 강북경찰서는 16회에 걸쳐 총 528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박 전 시장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출동한 인력을 포함해 하루 평균 28명의 경찰관이 경호에 참여했다. 이는 정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이 경찰 측에 신변보호 요청을 해도 적정 인력을 지원 받을 수 없어 별도로 사설 경호팀을 이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006년 총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경찰 경호 없이 사설 경호인력만 대동하고 신촌 유세 현장에 나섰다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했다.
 
국무회의 참석이나 경호 같은 서울시장의 위상은 실생활에서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울시장은 보건·복지·건설·교통·환경 등 내 곁에서 벌어지는 ‘우리동네 사업’의 가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무상급식 대상자를 기존 초등·중등 학생에서 올해 고등학생까지 확대하면서 2011년 시작한 무상교육 정책을 완성했다. 서울시 전체 초·중·고 재학생 83만5000여 명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데 드는 돈 7271억원 중 서울시가 30%인 2150억원을 부담한다. 나머지 예산은 서울시교육청(50%)과 각 자치구(20%)가 분담한다. 기존 고등학교 2~3학년 대상으로 실시했던 고교 무상교육도 올해부터는 1학년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해 입학금·수업료 등 학생 1인당 연간 196만원을 지원한다.
 
다양한 요금의 조정도 서울시장의 권한이다. 정부가 대중교통 요금 등의 조정 권한을 지자체에 넘겼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올 들어 지하철, 시내버스, 상수도, 하수도, 도시가스, 생활폐기물 종량제 등 6개 분야의 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이중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기본요금을 각각 200원 가량 올리고, 상수도는 가정용 기준 현재 1㎥당 360원인 요금을 2023년 580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서울시의회 등과 논의하고 있다.
 
버스전용차로, 공원 등의 설치 권한도 행사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지방경찰청장 등과 협의해 도로에 전용차로를 설치할 수 있다. 주민의견 수렴이나 지방의회를 거치지 않아도 서울시장 권한만으로 서울시내 곳곳을 잇는 버스중앙차로 설치가 가능하다. 2017년 완공한 종로~광화문 약 2.8㎞ 길이의 중앙 버스전용 차로 설치가 대표적인 경우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마찬가지다. 2016년 박 전 시장은 도로 구간마다 단절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잇기 위해 새 자전거 도로 113㎞를 설계했다.
 
‘도심 속 허파’라고 불리는 도시공원도 시장의 재량으로 조성 가능하다. 공원녹지법과 지방의회법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지방의회의 동의 없이 공원과 녹지 생태계 조성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서울숲공원은 서울시가 민간단체인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함께 사업비 2300억원을 들여 2005년 6월 완공한 대표적 공원사업이다. 이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서울시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광화문 광장은 올해 10월 재조성 사업 완공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정협 권한대행이 사업비 700억원을 들여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장은 오세훈 전 시장의 ‘도심재창조 사업’에 따라 2009년 세종로 중앙에 폭 34m의 광장을 완성했다.
  
전임 시장이 추진한 사업 제동 걸기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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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바탕은 40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예산이다. 올 예산 40조1562억원 가운데 행정운영비와 재무 활동비 4조3000억원을 제외하고 서울시장이 정책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만 35조원이 넘는다. 부문별로는 사회복지 분야 13조633억원(36.6%)을 비롯해 교육 8조8000억원, 도로 교통 2조5000억원, 주택 1조2000억원 등에 투입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만 봐도 기초연금(2조5000억원), 의료급여(1조6000억원), 영유아 보육료 지원(6300억원), 아동수당 지원(4060억원), 장애인 활동지원사업(3970억원) 등 복지분야 지출 항목이 많다.  
 
주거급여수급자 지원(4950억원), 신혼부부 매입임대 사업(4070억원),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3720억원), 도시공원 보상(4500억원) 등 주택관련 사업, 시내버스 재정지원(4560억원), 도시철도공채 상환(3550억원), 택시·화물 유가보조금 지원(2990억원), 전기차 보급(1410억원) 등 교통 관련 예산 등도 비중이 큰 편이다. 시장의 정책 철학과 어긋나면 얼마든지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2011년 당선된 박원순 전 시장은 전임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오 전 시장은 7554억원을 들여 압구정, 여의도 등 한강주변 아파트를 50층 초고층으로 통합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박 전 시장은 이듬해에도 “기존 원주민이 쫓겨나는 뉴타운은 태생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26개 주거지구 재생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통령이나 지자체장마다 한정된 예산을 철학이나 관심사에 따라 복지에, 혹은 토목사업에 많이 쓴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와는 달리 서울시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서울시의회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서울시장에게 힘이 쏠리는 배경이다.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될때부터 ‘강시장-약의회’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행정사무감사권’에 따라 의회가 과실 및 예산낭비 사례를 발견해도 사후처리에 대한 강제 규정이 없다. 의회가 출석요구를 해도 받아들일지는 시장에게 달렸다.  
 
2010년 무상급식을 놓고 오세훈 전 시장과 시의회가 극심한 마찰을 빚었을 때도 오 전 시장은 의회 불출석을 선언하고 7개월간 나오지 않았다. 서울시장이 ‘예산 남발’ 정책을 펼치더라도 마땅히 제재하거나 바로 잡을 뾰족한 수단이 없는 셈이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102석, 국민의힘 6석으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장은 서울시청 공무원 1만7000명의 인사권자다. 일반직 공무원뿐 아니라 시장을 보좌하는 정무직 공무원과 서울교통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 서울시미디어재단(TBS), 세종문화회관 등 서울시 산하 및 출연기관 26개 기관장의 임면권도 가지고 있다. 서울시 공공기관의 인사가 시장이 임명한 기관장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사실상 서울시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범위는 훨씬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홍영준 서울시복지재단 대표가 중도 사임했다. 선거 직후 임기가 끝나는 최경란 디자인재단 대표, 이재성 관광재단 대표, 공석인 장학재단과 디지털재단 이사장 등도 새 사령탑을 맞을 전망이다. 가장 규모가 큰 교통공사와 SH의 경우 현 대표의 임기가 남았지만 새 시장이 취임하면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관심을 끄는 것은 편파 논란을 빚고 있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거취다. 오세훈 후보가 “시장이 되면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김어준이 없는 아침이 두렵다면 투표뿐”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는 올해 TBS에 375억원을 출연했다.
 
김창우·김나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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