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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질’ 않고 ‘고맙다’ 칭찬, 의조 골 감각 키웠다

중앙선데이 2021.04.03 00:02 730호 25면 지면보기

[스포츠 오디세이] ‘원샷원킬’ 황의조 부친 황동주씨

황의조의 유니폼을 입은 황동주씨가 자신이 공장장으로 있는 충북 청주의 공장에서 아들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황의조의 유니폼을 입은 황동주씨가 자신이 공장장으로 있는 충북 청주의 공장에서 아들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프랑스 프로축구 1부리그(리그앙) 보르도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황의조(29)는 ‘원샷원킬’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맡고 있는 그는 날카로운 골 감각을 뽐내며 리그 통산 9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 근무한 컴퓨터 공학도
육상 선수 경험 바탕 뒷바라지

선수·지도자 학교폭력 안타까워
최고 훈육은 믿고 기다려주는 것

아들도 “잔소리 안 해 고마워요”
손흥민은 비교 대상 아닌 목표

풍생중-고, 연세대를 거쳐 K리그 성남 FC에 입단한 황의조는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9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동갑내기 손흥민과 찰떡 콤비도 과시했다. 이후 황의조는 국가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우뚝 섰고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대기만성형 골잡이 황의조 뒤에는 아버지 황동주(60)씨가 있다. 육상 단거리와 농구 선수 출신인 그는 경북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서 13년간 일한 엔지니어다. 1m80㎝ 당당한 체격의 황씨는 자신의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을 ‘티나지 않게’ 뒷바라지했다. 지금은 공장자동화 시스템 업체의 임원을 맡고 있으며 충북 청주에 있는 자회사의 공장장도 겸하고 있다. 그는 10년 전에 검색엔진을 활용한 검색 시스템을 개발했을 정도로 앞서 가는 엔지니어이자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을 고안하는 발명가이기도 하다.
 
지난달 29일 청주에서 황동주 공장장을 만났다. 그는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괜히 나섰다가 의조한테 야단 맞는 거 아닌가 싶어요”라며 크게 웃었다.
  
떡볶이·어묵 먹으며 차 안에서 대화
 
보르도의 최전방을 책임진 황의조. [중앙포토]

보르도의 최전방을 책임진 황의조. [중앙포토]

의조는 어떤 아이였나요?
“천방지축이었죠. 수원 칠보산을 뒷마당처럼 휩쓸고 다녔어요. 태권도에는 흥미를 못 붙였는데 합기도는 썩 잘 했지요. 합기도 관장이 ‘국가대표로 키우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체가 길고 발목 힘이 좋아서 운동 선수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키우면서 가장 강조한 점은?
“거짓말 하지 말라는 거죠. 의조가 초등학교 다닐 때 형제가 둘 다 거짓말을 해서 뺨을 때린 적이 있습니다. ‘거짓말 하고 살려면 나가’라고 소리쳤는데 동생 의조만 나가서 안 들어오는 겁니다. 밤늦게 집 옆에서 쭈그리고 잠들어 있는 의조를 발견했는데 눈가에 눈물 자국이 선명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아빠가 감정을 통제 못해 손찌검 한 거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에 안아줬어요. 그 뒤로는 한 번도 매를 댄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글 이름 유니폼을 입은 보르도 선수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한글 이름 유니폼을 입은 보르도 선수들. [중앙포토]

스포츠 스타의 학교폭력이 줄줄이 밝혀지고 있는데요.
“참 안타깝죠. 의조도 학생 시절에 맞은 적이 있어요. 저도 육상부 선배한테 징 달린 스파이크로 맞고 나서 운동 그만뒀거든요. 의조는 맞는 것도 때리는 것도 정말 싫어합니다. 지도자와 선배의 폭력 때문에 운동 그만두고 나쁜 길로 빠진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학부모 보는 앞에서 선수 뺨을 막 때리는 감독도 봤어요. 아, 저게 언제 바뀔까 싶고…. 아이 운동 시키는데 돈도 너무 많이 듭니다. 월 회비에 대회 출전비, 합숙비까지 학부모 허리가 휘죠.”
 
의조한테 가장 많이 한 말이 “고맙다”였다면서요?
“그렇죠. 검색엔진 사업이 힘들던 때라 의조 중-고교 시절 경기를 보러 간 적이 거의 없어요. 내가 해 주지 못한 걸 스스로 해내는 걸 보면서 고맙다는 말밖에 할 게 없었죠. 대신 골을 넣을 때마다 ‘골값’으로 용돈을 줬고, 그걸로 ‘밀당’도 했지요. ‘한 골당 5만원인데 네가 스스로 생각하는 골의 가치를 따져서 골값을 불러라’ 했더니 10만원 부를 수도 있는데 7만원만 부르더라고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고 그걸 당당히 제시할 수 있도록 연습할 기회를 준 거죠.”
 
의조도 아빠한테 고맙다고 한 적 있었다면서요?
“경기장엔 안 가도 밤에 조용할 때 떡볶이·어묵·튀김 사 갖고 숙소로 찾아갔죠. 차 안에서 둘이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합니다. 다른 학부모들은 ‘너 그때 왜 그랬어? 저렇게 했어야지’ 라고 지적질하고 윽박지릅니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 쌓이는데 선수는 그런 소리 들으면 정말 싫거든요. 의조는 ‘아빠는 그렇게 안 해서 참 고맙다’는 말을 했어요. 저는 늘 ‘몸조심 해라. 친구들한테 폐 끼치지 말고…’ 얘기만 했습니다.”
 
운동 선수 아이를 키우는 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요즘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 축구를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개인기 교습 과외도 받게 하고 이런저런 정보도 많이 제공하면서 ‘이 정도까지 해 주는데 그것밖에 못 하나’라고 다그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일단 믿어주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의조는 정말 천천히 올라왔어요. 17세, 20세, 21세 대표팀에 들어갔다가 늘 막판에 탈락했죠. 당시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수 중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요.”
 
‘영혼의 단짝’ 손흥민(오른쪽)과 황의조. [중앙포토]

‘영혼의 단짝’ 손흥민(오른쪽)과 황의조. [중앙포토]

운동 뿐만 아니라 공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씨는 “공부는 어차피 시간이 가야 하는 거고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죠. 너무 방임해도 안 되겠지만 자꾸 잔소리를 하면 빗나가는 경우가 더 많아요. 특히 엄마들이 조바심이 더 큰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보르도 한글 유니폼’ 홍보 제대로 안 돼
 
얼마 전 천재 축구소년이라 불리는 원태훈·태진 형제를 격려해 주셨죠.
“태훈이 형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적토마’ 고정운이 대학 신입생 때 드리블 하다가 수비수에게 튕겨나가 하수구에 빠질 뻔 했답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몸을 만들어서 최고의 공격수가 됐다는 애기를 의조가 고교 시절에 들었대요. 의조도 대학 들어가서 얼마나 힘이 부족한지를 절감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렸고, 모교에 연습을 갔더니 1년 후배들이 ‘와, 형은 벽이다 벽’ 하면서 놀랐다고 해요.”
 
보르도 선수들이 한글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뛴 적도 있죠?
“2019년 한글날 깜짝 이벤트를 했는데, 지난해도 한글 유니폼을 입었어요. 전 세계 프로 경기에서 외국 팀이 한글 이름 유니폼을 입고 뛴 건 처음일 겁니다. 아쉬운 건 대한축구협회나 한글 단체 같은 곳에서 이걸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조그만 감사장 같은 것 하나라도 보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황의조와 손흥민은 절친이지만 비교되는 경우도 많죠.
“저희는 흥민이를 아예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흥민이는 벌써 어느 정도 레벨이 올라와 버렸으니까요. 그런 상태에서 비교를 하면 ‘왜 나는 저렇게 안 될까’ 싶은 생각만 들죠. 비교보다는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의조도 유럽 나가서 성공하고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흥민이 플레이를 분석한 자료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죠.”
 
축구와 음악·AI 접목 구상…‘의조 아빠’는 아이디어맨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축구 경기를 찍고 있는 장면. [중앙포토]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축구 경기를 찍고 있는 장면. [중앙포토]

황동주씨는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답게 ICT 기술을 활용한 스포츠의 미래와  축구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그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스포츠에 대해 막혔던 열기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겁니다. 경기장에 팬들을 유입하기 위해 축구와 음악을 합친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경기 전후 20분과 하프타임에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공연할 수 있도록 무대를 깔아 줬으면 합니다. 유명 선수들의 굿즈를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도 좋겠죠”라고 제안했다.
 
부심의 민머리를 축구공으로 착각한 영상이 화제가 됐던 인공지능(AI) 카메라에 대해서도 황씨는 활용 아이디어를 내놨다.  “AI 카메라 중계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선수의 부모와 관계자들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24시간 중계 채널을 만들고, 1인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방과 장비를 제공하는 AI중계센터를 짓는 것도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AI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편집하고 선수의 각종 기록과 특징 등을 담은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상급학교 진학과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동주씨는 “특급 스포츠 스타들의 은퇴 후 재무설계, 취미활동, 기부 등을 원스톱으로 대행해 주는 에이전시를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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