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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도 나이키도 당했다" 차이나 불링, 어디까지?

중앙일보 2021.04.02 19:03
어째 익숙하다.  
 
중국에서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에 대한 불매운동이 급속히 번지고 있는 모습, 우리에겐 낯설지 않다.  
 
H&M [로이터=연합뉴스]

H&M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요즘 중국에서 심각하게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H&M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자.  
  
지난해 9월, 이 브랜드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인들이 탄압받고 있는 문제를 거론하며 성명을 발표했다. "신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강제 노역과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된 면화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은 반년이 흘러 터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대중국 제재 조치를 발표한 일이 도화선이 됐다. EU는 신장 지역에서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제재를 가했고, 이때부터 H&M이 집중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슬람 국가 터키에서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항의하며 벌어진 반중 시위 [AP=연합뉴스]

이슬람 국가 터키에서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항의하며 벌어진 반중 시위 [AP=연합뉴스]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격해지자 타오바오, 징둥 등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에선 즉시 H&M을 뺐다. 광고모델들도 하차 의사를 밝혔다. H&M이 "중국 소비자를 존중한다"는 성명을 냈지만 중국인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불매운동, 비단 H&M에서 끝날 기세가 아니다.  
 
역시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목소리를 냈던 아디다스, 뉴발란스, 나이키 등 다른 서구 기업들로도 번지고 있다. 웨이보에 '나이키 운동화 화형식' 영상이 올라오는 식이다.  
 
이 광경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은 2016년 우리 정부가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한 후 중국이 '보복' 차원에서 시작한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때문이다.  
 
나이키 [사진 셔터스톡]

나이키 [사진 셔터스톡]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이른바 '차이나불링(China Bullying)'이 서구 기업들로도 향하고 있단 점이다.  
 
차이나불링이란 중국이 주변국과 정치, 외교적으로 마찰을 빚을 시 경제적으로 보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국의 경제력이 어마어마한 데다 중국 시장과 관계를 맺지 않은 국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간 차이나불링을 당하는 곳은 주로 아시아 국가들이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이 빈번하게 그 대상이 됐다. 유명한 사례가 여럿 있다.  
 
2016년 11월, 몽골이 10년 만에 달라이 라마를 초대했을 때였다. 중국 정부가 이때부터 몽골 국경 통과 차량에 통관세를 부과하고 차관 지급을 연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 달 후, 몽골 외무부는 중국에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 반중 시위 [사진 위키피디아]

베트남 반중 시위 [사진 위키피디아]

 
2008년 프랑스, 2012년 영국에서도 정부 수장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해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산 바 있을 정도로 '달라이 라마 접견'이 중국에 예민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경우는 중국에 세게 맞대응한 사례로 꼽힌다.  
 
2014년 5월, 중국이 베트남과 분쟁 중인 파라셀 군도에서 석유 시추 공사를 강행했다. 이는 곧 첨예한 갈등으로 치달았다. 양측 함정이 충돌하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베트남에선 엄청난 규모의 반중 시위가 벌어졌다. 대규모 반중 시위 이후 베트남과 중국의 관계는 여전히 껄끄럽다.  
 
이제 그 화살이 서구로도 향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차이나불링의 가능성을 항시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슬람 국가 터키에서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항의하며 벌어진 반중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 국가 터키에서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항의하며 벌어진 반중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018년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고 "차이나불링 종합 대책을 수립해 시나리오별 위험성과 영향도가 큰 사업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대응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짚은 바 있다. 중국 내에서 우호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현지 업체들과의 밸류체인 결속을 강화하는 일이 그 예다.
 
무엇보다 "새로운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대체불가한 제품을 내놓아 불링의 희생양이 될 위험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0년 노르웨이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당시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위원회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를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중국 정부는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제한했다. 그러나 노르웨이 측은 EU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홍콩과 베트남 등을 통해 우회 수출을 하는 식으로 맞대응해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거대한 시장을 움켜쥐고 점점 거세지고 있는 차이나불링, 기업들이 현명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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