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도체 대란 전세계 강타…백악관은 결국 삼성전자 불렀다

중앙일보 2021.04.02 14:29
반도체 이미지 [픽사베이]

반도체 이미지 [픽사베이]

반도체 수급 불안에 미국 백악관이 기업들과 긴급 간담회를 연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가 안보 및 경제 보좌관들이 오는 12일 글로벌 반도체·자동차·IT 업체 리더들을 만난다고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제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업계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수급 현황을 파악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분석]

12일 백악관 간담회…삼성전자도 초청받아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의에 제너럴모터스(GM)와 글로벌파운드리 등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도 초청받았다. 백악관은 간담회에서 청취한 현장 목소리를 토대로 '미국을 위한 반도체 법안(CHIPS for America Act)'이 통과될 수 있게 의회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시설 투자를 하면 투자액의 최대 40%를 법인세에서 공제한다는 게 골자다. 미국 정부는 법안을 위해 370억 달러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희토류 등 주요 물자의 공급망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희토류 등 주요 물자의 공급망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

글로벌 반도체 부족에 따른 직격탄을 처음 맞은 건 자동차 업계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감산에 돌입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31일 "올해 2분기 글로벌 자동차 생산이 160만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자동차 업계 손실이 610억 달러(약 6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반도체 품귀로 오는 7~14일 8일간 울산1공장 가동을 멈춘다. 아반떼 등을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휴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의 정점에 있는 자동차 생산이 감소하면 철강·부품·전장 등 사실상 모든 연관 산업이 도미노 타격을 입는다.  
 

자동차 이어 애플·월풀 생산량 줄여 

반도체 공급난 파장은 가전·정보통신(IT)·컴퓨터 생산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애플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은 지난달 30일 열린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아이폰 생산량이 10% 줄었다"고 밝혔다. 세계 가전 1위 업체인 미국의 월풀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유럽으로 보내는 가전제품 생산량이 25%나 줄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부족으로 LCD 패널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매출 손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컨설팅업체엘릭스파트너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매출 손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컨설팅업체엘릭스파트너스]

한파로 멈춘 삼성 공장…TSMC·르네사스는 화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에 잇따른 사고로 생산 차질까지 이어지면서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17%)인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기록적인 한파에 따른 전력 부족으로 오스틴 공장 가동을 6주간 멈췄다. 일본의 유력 경제지인 닛케이아시아는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으로 반도체 공급난이 더욱 심화했고, 전체 공급망으로 파장이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56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 측은 "대량의 공업용수를 확보하고 있어 조업 중단 등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물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1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 12공장 변전소에 화재 경보가 울리고 정전으로 이어졌다. TSMC는 "당일 오후부터 전기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져 생산 차질이 없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완전 가동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MCU) 2위 업체이자 일본 최대 MCU 회사인 르네사스는 지난 2월 지진에 이어 지난달 19일 화재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완전 복구까지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대란으로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리자 세계 각국에선 '반도체 자립론'까지 나오고 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부 장관은 최근 유럽연합(EU) 내 반도체 제조 기술 발전 프로젝트에 "10억 유로를 즉각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인텔은 2024년까지  200억 달러(약 22조55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 두 곳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도 2014년부터 시작한 반도체 발전 계획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지난해 반도체 세계 톱3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렌드포스·각 사]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지난해 반도체 세계 톱3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트렌드포스·각 사]

미국,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노리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는 고객사 수요를 맞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돌입했다.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2조7600억원)를 투입하고, 올해 안에 280억 달러(약 31조5800억원)를 반도체에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1160억 달러(약 131조원) 투입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백악관이 반도체 공급 긴급 간담회를 여는 것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 부족 와중에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나선 측면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 등을 약속하며 자국내 반도체 공급 시설을 확충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