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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도 민주당에 회초리 들었다…진보정당들 "반기득권 동맹"

중앙일보 2021.04.02 13:54
정의당 등이 2일 국회에서 4.7 재·보선 반(反)기득권 공동정치선언을 했다. 왼쪽부터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여영국 정의당 대표,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정의당 등이 2일 국회에서 4.7 재·보선 반(反)기득권 공동정치선언을 했다. 왼쪽부터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여영국 정의당 대표,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선거에 뛰어든 거대 기득권 양당은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고 정반대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녹색당·미래당·진보당 등 진보계열 정당들이 2일 발표한 ‘반(反)기득권 공동정치선언’의 한 구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양당을 향한 비판이지만 방점은 민주당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번의 부동산 정책이 번번이 실패한 결과 매년 두 자릿수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거듭했다”며 “(단체장 성폭력 사건에도) 집권여당은 당헌까지 개정해 선거에 뛰어들었고, 당 유력인사들이 잇달아 2차 가해성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회견을 주도한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선거는 최악을 피하려고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강요된 차악이 만들어낸 모습은 부동산 투기 공화국, 권력형 성범죄 묵인, 정치공항”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정의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문 사퇴로 인한 반성의 의미였다. 대신 신지혜 기본소득당·송명숙 진보당·오태양 미래당 후보와 손을 잡았다. 정의당 관계자는 “거대 양당이 아닌 진보 후보에 투표하잔 의미”라고 말했다.
 

독자노선 가는 진보

중앙일보 의뢰로 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3월 30~31일)에서 정의당 지지층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 46.3%의 지지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28.8%의 지지를 보냈다. 범여권 군소정당인 열린민주당 지지층의 73.4%가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달랐다. 정의당의 서울지역 정당지지율은 5.2%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지혜·송명숙·오태양 후보는 각각 1% 미만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7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7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조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오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박 후보 입장에선 진보 표 규합이 절실하다. 이에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을 예방했을 때(지난달 29일) ‘지금까지 해왔던 우호당으로서의 관계를 더 지속 발전시켜나가자’는 건설적인 말씀들이 있었다”고 은근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정의당 반응은 차가웠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인사 성격이었고 정치적 의미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에도 김 대행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정당과 시민의 연대를 호소한다”고 했지만, 정의당에선 “민주당이 연대를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오현주 대변인)고 선을 그었다.
 

위성정당과 박원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대처는 진보 진영과의 사이에 ‘돌아오기 어려운 강’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민주당 일각에선 박 전 시장을 두둔하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칭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소속 지자체장 귀책 사유로 보선 발생시 무공천’ 당헌을 고쳐 결국 서울과 부산에 후보를 냈다.

 
지난해 4월 국회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시민당 개표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4월 국회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시민당 개표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의당 등 진보정당과의 협력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의 국회 운영 방식도 양측의 정치적 동질감을 감퇴시켰다. 정의당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손잡고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 17석을 가져가면서 목표치(20석)보다 낮은 6석만 얻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진보진영을 철저히 배제해왔는데 지금 도움을 요청해도 진보진영은 듣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 진영도 민주당에 회초리를 든 셈”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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