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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틀째 베이징행 운항 스케줄 게시…'빗장' 풀기 시동?

중앙일보 2021.04.02 13:20
북한 국영항공사인 고려항공이 1일에 이어 2일에도 자사 홈페이지에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항공기 운항 계획을 게시했다. 
 

고려항공 홈페이지 1일 이어 2일에도 운항 계획 게시
운항 사실 파악 안돼…두 편에 같은 편명 부여도 의아
"봉쇄 해제 준비", "한·미·일 밀착 견제용" 엇갈린 분석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2일 자사 홈페이지에 중국 베이징으로 운항 계획을 게시했다. 그러나 실제 운항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려항공 홈페이지 캡처]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2일 자사 홈페이지에 중국 베이징으로 운항 계획을 게시했다. 그러나 실제 운항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려항공 홈페이지 캡처]

고려항공은 2일 올린 시간표(time table)에 오전 8시 40분과 오후 4시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해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으로 JS151편을 운항할 계획임을 알렸다. 오늘의 운항 계획(Today‘s Flight)에도 항공기가 정시(on time)에 운항한다는 내용을 표시했다. 
 
이는 전날과 유사한 내용으로, 고려항공이 운항 계획을 밝힌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국경을 닫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 지난 1월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서우두 국제공항 출도착 정보와 실시간 항공기 경로 추적 웹사이트인 ’플라이트 레이더 24‘에는 고려항공(JS151)의 운항 기록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고려항공이 홈페이지 올린 운항시간표에 나타난 두 개의 항공편 모두 JS151로 나타나 있다”며 “항공편명은 같은 항로라도 하루에 두 차례 운항할 경우 다른 편명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관례인 만큼 실제 운항하려 했다기 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운항 계획을 밝혔던 1일과 2일 오전 항공기를 운항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2일 2편의 항공편에 같은 편명을 사용한 건 실제 운항을 염두에 둔 게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2일 자사 홈페이지에 중국 베이징으로 운항 계획을 게시했다. 그러나 실제 운항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려항공 홈페이지 캡처]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2일 자사 홈페이지에 중국 베이징으로 운항 계획을 게시했다. 그러나 실제 운항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려항공 홈페이지 캡처]

이 때문에 북한이 향후 운항을 염두에 두고 1년 넘게 사용하지 않았던 홈페이지를 점검하는 준비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ㆍ중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丹東) 지역 등에서는 이미 건설 공사가 끝난 신압록강 대교(신의주~단둥)의 개통식이 김일성 생일인 15일(북한은 태양절)을 전후해 열릴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 북·중 양측은 최근 신의주와 단둥을 비롯한 국경지역의 세관에 검역(소독)과 통관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거나 점검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 당국자도 1일 “북한이 북·중 국경 봉쇄를 완화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1일(현지시간) “현재 북한에서 활동 중인 대사는 9명이고, 외국인도 모두 철수하고 290여명만 남아 있다”며 “유례없이 엄격한 (북한 당국의) 전면적 제한과 의약품을 포함한 생필품의 심각한 부족, 건강 문제 해결 방안 부재 등을 모두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 19가 확산하면 통제가 불가능한 북한의 열악한 보건ㆍ의료 수준을 고려하면 당장 방역과 통제 수준을 누그러뜨리거나 전면적으로 국경을 개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고려항공의 움직임 등은 북·중 간의 제한적인 국경 개방을 통한 경제난 완화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한ㆍ미ㆍ일 안보실장 회의 등을 겨냥한 견제의 의미가 담겨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주장하고 있지만 1년 넘게 문을 걸어 잠근 상황에서 버티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언젠가는 빗장을 풀 수밖에 없겠지만 고려항공이 운항 계획을 밝히고도 실제 운항에 나서지 않은 시점만 놓고 보면 한국과 미국, 일본의 협력강화에 대응하는 의도적인 노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전후해 담화와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던 북한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ㆍ미ㆍ일 안보실장 회의에 맞춰 중국을 앞세운 '시위'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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