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동킥보드 새 법 한달 남았는데···올 사고 100건, 사망자도 있다

중앙일보 2021.04.02 05:00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동 한 대학가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횡단보도를 주행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PM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2인 이상이 탑승하는 것은 불법이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광주 동구 서석동 한 대학가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횡단보도를 주행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PM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2인 이상이 탑승하는 것은 불법이다. [뉴시스]

무면허·음주운전에…사고 8배 급증

지난 23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수원의 화성행궁 인근 한 교차로. 전동킥보드를 타고가던 A씨(64)가 사거리를 횡단하다 SUV 차량과 부딪혀 사망했다. A씨가 몰던 킥보드가 직진 신호를 받아 사거리로 진입한 SUV를 좌측에서 추돌하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경찰은 A씨의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보고 수사 중이다.
 

국회 공회전 'PM법' 입법 공백 논란

광주광역시에서는 전동킥보드가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광주 광산구의 쌍암공원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몰던 여대생 B씨(23)가 80대 노인을 들이받아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혔다. 당시엔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했지만 B씨는 무면허 상태였다. 면허가 없이 전동킥보드를 빌려 탔던 B씨는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길거리 곳곳에 전동킥보드가 방치된데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보도와 도로에 쓰러진 전동킥보드 사진과 함께 “여기도 저기도 나뒹굴고 버려지고, 이러다 곳곳이 전동킥보드 난장(亂場)이 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음주운전 사례도 있다. 지난해 6월 대전 중구 부사오거리 교차로에선 혈중알코올농도 0.235%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한 40대가 적발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5월까지 규제공백…1·2월 사고 전년비 71%↑

개인형 이동장치(PM) 교통사고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개인형 이동장치(PM) 교통사고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로 인한 혼란이 커지고 있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117건이었던 PM 사고는 2018년 225건→2019년 447건→2020년 897건으로 매년 배가량 급증하는 추세다. 국민권익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민원 건수도 지난해 4761건으로 2018년(511건) 보다 9.3배 늘었다.
 
사고가 급증하는 것은 기술발달과 이동수단 다양화로 PM 이용자 자체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의 ‘입법 공백’이 사고나 불편을 늘리는 데 주된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10일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당초 개정안은 ‘전동 킥보드를 자전거와 동일하게 취급해 자전거 전용(혹은 겸용)도로로 다니게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 16세 이상이던 이용 연령 제한이 만 13세 이상으로 낮아지고, 운전면허 소지 의무가 없어지는 등 규제가 완화되는 부작용이 벌어졌다. 의무였던 헬멧 착용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어졌다.
 
논란이 일자 국회는 부랴부랴 법을 다시 고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9일 만 16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가는 오는 5월 13일까지 4개월간 규제 공백이 생겼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경찰과 지자체는 조례를 신설 등을 통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다. 
 
그 사이 PM 사고 건수는 늘었다. 올해 1, 2월 발생한 PM 사고는 99건으로 전년 동기(58건)보다 70.7% 늘었다. 양우철 경찰청 교통안전과장은 “PM에 대한 규제 공백이 생긴 가운데 아직까지 PM의 주·정차 관련 과태료 부과 근거 등이 없어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라고 말했다.
 

“PM, 자전거·차와 달라…PM법 통과돼야”

전동킥보드민원건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동킥보드민원건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슬기 서울시 미래교통전략팀장은 “PM은 차량이 아니어서 도로교통법상 보도 위에 주차장을 만들 수 없는 등의 문제점이 많다”며 “세금으로 PM과 관련된 특정 기업의 사업을 유리하게 해주는 게 타당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현재 국회에 계류된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PM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대전·부산·광주광역시=김방현·이은지·진창일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