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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글로벌 OTT 공룡들 몰려오는데 국내 기업엔 ‘규제 발목’

중앙일보 2021.04.02 00:28 종합 29면 지면보기
성동규 전 한국OTT포럼 회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성동규 전 한국OTT포럼 회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1년이 훌쩍 넘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글로벌 경제는 포스트 코로나를 예측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류의 생활 환경과 패턴도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지난 100여년간 가장 많은 여가 시간을 차지했던 TV를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가 대신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콘텐트를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OTT가 새로운 주류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글로벌 OTT의 하청기지화 우려
규제보다 지원책에 초점 맞추길

특히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전 세계 가입자가 2억명을 돌파했다. 한국에서도 서비스 시작 첫해의 가입자 수는 8만명에 불과했으나 5년 만에 362만명으로 45배나 증가했다. 넷플릭스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는 국내 콘텐트 시장에도 혁명적 변화를 초래했다.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다수의 국가에서 넷플릭스 차트 세계 1위에 올랐던 K-드라마 ‘스위트홈’과 영화 ‘승리호’ 등으로 인해 한국은 글로벌 콘텐트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OTT 산업 내부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도처에 암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무엇보다도 넷플릭스 시장의 성장은 결국 해외 OTT 사업자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새로운 미디어 산업 태동기에 있는 한국 OTT 기업들은 시장 안팎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KBS 수신료(6790억원)의 76%에 이르는 5173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올해는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트에 5050억원을 투자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 가려 한다. 결국 ‘스위트홈’과 ‘승리호’의 성공은 빗살 좋은 개살구일 뿐 실제 수익은 고스란히 투자사인 넷플릭스의 몫이라는 구도만 강화되는 셈이다. ‘넷플릭스 당하다’(netflixed)라는 신조어가 두려운 이유다.
 
이런 현실 속에도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안이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미국 디즈니 플러스와 HBO가 올해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보다 OTT를 최소 규제 및 미디어 산업 발전의 매개체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설익고 시기상조인 규제 강화 방안들이 많다.
 
국내 OTT는 이제 막 시장을 형성해 가는 신산업 분야인 만큼 총체적인 산업구조 및 관련 사업자들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해외사업자들을 염두에 둔 규제가 도리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도 인지한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방송통신 발전기금은 지상파나 종편처럼 정부가 주파수 사용이나 의무 재전송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송사업자들에게만 지급했다. 이 기금을 OTT 사업자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방송통신 발전기금 징수법안’은 넷플릭스 같은 해외사업자들을 강제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이를 추진하려 한다. 같은 맥락에서 OTT 사업자들에도 영화발전기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 역시 영화산업 진흥과 관련된 종합적인 검토가 결여된 섣부른 내용이 많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법안 중 ‘타다 금지법’을 포함해 73%가 규제 법안이었다고 한다. 지금 한국의 콘텐트-플랫폼 산업은 외적인 화려함 속에 실제로는 풍전등화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다 국내 콘텐트 산업이 자칫 글로벌 OTT에 납품하기 위한 하청기지가 될까 우려된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국내 관련 사업자들의 생존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국내 OTT가 글로벌 OTT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의 OTT 정책 방향은 규제보다는 지원에 초점을 맞추길 기대한다.
 
성동규 전 한국OTT포럼 회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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