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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더스트맨

중앙일보 2021.04.02 00:18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다음 주에 관객과 만날 김나경 감독의 ‘더스트맨’은 최근 만난 한국영화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을 지닌 작품이다. 이 영화는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적이다. 공해가 심해 뿌연 미세먼지가 마치 싸락눈처럼 쌓여 있는 도시. 태산(우지현)은 그 위에 그림을 그린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을 다룬 SF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먼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더스트 아트’ 미술 장르다. ‘더스트맨’에서 홈리스인 태산에겐, 먼지가 쌓여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곳은 캔버스이고, 그가 그린 그림들은 퍽퍽한 세상을 촉촉이 적시는 감성의 이미지가 된다.
 
기도하는손

기도하는손

그 중 특히 인상적인 건 기도하는 손이다. 어두운 밤 태산은 택배 트럭 뒷면의 큰 공간을 발견한다. 긴 시간 공들여 그림을 그리는 태산. 이때 운전자가 무슨 짓을 하는 거냐며 따지듯 다가오는데, 그림을 발견하고 숙연해지며 침묵한다. 바로 기도하는 손이다. 우연히 만난 모아(심달기)와 낙서처럼 시작된 그림은, 모아의 작업실을 다녀온 후 태산에게 뭔가 의미 있는 작업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때 이 그림을 그리며, 이후 태산은 음유시인이 세상을 노래하듯, 더스트 아트라는 퍼포먼스로 뿌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세상과의 통로를 닫고 살았던 그는 이렇게 소통을 시작하는 셈이며, 그 시작이 바로 간절하게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손의 이미지다. 참고로 이 그림은 더스트 아티스트 프로보이닉이 영화를 위해 그린 작품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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