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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권의 ‘부동산 내로남불’ 대체 어디까지인가

중앙일보 2021.04.02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결국 또 터져 나왔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다.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임대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 의원이 법안 통과 직전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의 임대료(월세)를 9%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임대차법 입안을 주도해 놓고 법 시행 이틀 전에 전셋값을 14% 인상한 일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옷을 벗은 지 꼭 이틀 만이다. LH 사태로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2, 3차 치명상을 가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은 이들의 잇따른 기름 투척에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고 있다.
 

임대차법 낸 뒤 월세 9% 올린 박주민
해명도 논란, 끝없는 위선에 민심 끓어

박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그해 7월 30일 통과돼 이튿날 바로 시행됐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3일 서울 중구 신당동 자신의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에 임대 계약했다.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에 살던 세입자가 나가면서 맺은 신규 계약이다. 계약 당시 기준인 전·월세 전환율 4%를 적용하면 인상률은 9.17%, 지난해 9월 개정된 시행령의 전환율 2.5%를 대입하면 상승폭은 26.6%나 된다.
 
박 의원이 법안 처리와 아파트 거래 과정에서 보인 위선적 언행은 기가 막힌다. 그는 개정안 발의 때 “집 없는 서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고 했고, 법안 통과 하루 전 국회 법사위에선 “법 시행 전 미리 월세를 높이려고 하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자신은 개정안 상한폭의 두 배가량 임대료를 올렸다. 이쯤 되면 위선·유체이탈 정도가 아니라 두 명의 서로 다른 박 의원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논란이 일자 박 의원은 “죄송하다”면서도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이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한다고 해 그리 알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시세보다 월 20만원 정도만 낮은 계약”이라고 해명했다. 임대료를 올리긴 했으나 ‘여전히 싼 임대료’란 의미다. 그러나 이 해명도 논란이 됐다. 각종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박 의원이 정한 임대료가 당시 시세의 평균값이어서다.
 
잇따른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집값이 치솟고 내 집 마련의 길이 막힌 서민들은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에 실망할 대로 실망했다. 지난해 김조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시세보다 비싸게 아파트를 내놓고 “거래가 되지 않는다”더니 마침내 ‘직보다 집’을 택했을 때만 해도 국민은 더 실망스러운 사건이 줄줄이 터질 것으론 미처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 내로남불은 끝이 없었다. 낡은 가죽가방을 들고 청빈한 선비처럼 행세하던 김 전 실장에 이어 세월호 변호사로 ‘거지갑’이라 불렸던 박 의원까지 이 가증스러운 대열에 합류했다. 김 전 실장은 책임지고 옷이라도 벗었다지만 박 의원은 무엇으로 국민에게 사죄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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