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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인권도 선택하나…미얀마엔 "동참" 홍콩엔 '침묵'

중앙일보 2021.04.01 16:59
미얀마 사태가 내전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인권 탄압의 현장에서 동맹이 함께 맞서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도 일단 미얀마 문제에서는 '적극 동참'을 약속했는데, 이로써 오히려 중국이 직접 얽혀 있는 홍콩·신장 위구르자치구 등과 관련한 인권 문제에서는 침묵하는 게 더 대조되는 분위기다. 인권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선택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의 피 묻은 헬멧이 거리에 뒹구는 모습. [AFP=뉴스1]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의 피 묻은 헬멧이 거리에 뒹구는 모습. [AFP=뉴스1]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미얀마에서 전례없이 큰 규모의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미국, 미얀마·홍콩 등 인권 문제서 "동맹 동참" 강조
한국, 미얀마엔 "추가 제재 검토 및 압박에 적극 동참"
반면 홍콩·신장위구르 등 문제엔 침묵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 규합을 더 강하게 주문했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주UN 미국대표부 대사는 1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에 '미국은 미얀마와 함께할 것이고 동맹들도 반드시 그래야한다'는 제목의 글을 투고했다. 기고에서 그는 "미국은 (미얀마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며, 동맹과 우방국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미얀마에 군용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국방·치안 분야의 새로운 교류·협력을 중단하는 첫 제재를 발표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도 미얀마 사태 대응과 관련해 "지난달 1차 제재를 가했지만, 필요하면 추가적인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며 "폭력 방지라든지 민주질서 회복, 구금자의 석방을 위한 국제적 압박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한 군부의 무력 사용 규탄에도 동참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합참의장은 "군대는 국제 표준을 따라 그들이 복무하는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미얀마 군부 비판 성명을 올렸는데, 한·미·일을 비롯한 12개국 합참의장이 함께 낸 공동성명이었다.
  
반면 홍콩 등과 관련한 사안에서 한국은 사실상 침묵을 지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홍콩의 인권 문제를 지적한 국무부 보고서에서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인해 홍콩의 자유와 권리는 크게 침해됐다"며 "우리의 동맹 및 우방국과 함께 홍콩 시민의 편에 서서 중국의 지독한 행위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의회에 제출한 통지문에서도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홍콩 민주화 인사에 대한 체포와 구금 등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몇달 째 "홍콩이 일국양제 하에서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미 국무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간한 홍콩 보안법 및 인권 문제와 관련한 보고서 [미 국무부 홈페이지]

미 국무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간한 홍콩 보안법 및 인권 문제와 관련한 보고서 [미 국무부 홈페이지]

 
미얀마 사태의 경우 중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를 사실상 지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직접 당사자는 아니다. 사실상 미·중 간 대리전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반면 홍콩 문제는 중국이 국익과 직결되는 것으로 보는 사안이다. 미국이 홍콩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걸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한국이 미얀마와 홍콩에 대한 미국의 동참 요구에 사실상 다르게 대응하는 것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므로 상대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철학과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18일 방한 중 언론 인터뷰에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선택적 기반(selective basis)을 갖고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얀마 문제는 대외 정책의 일부인 반면 홍콩·신장 위구르자치구·대만 문제는 주권과 영토에 대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인권·민주주의와 관련한 유사한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대응을 보인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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