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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철강·기계, 코로나 '못난이'들의 반란…3월 수출 최대

중앙일보 2021.04.01 15:31
움츠려 있었던 수출에 봄날이 왔다. 세계적인 경기회복 기대감에 주요 품목 판매가 고르게 늘면서 지난달 수출액은 3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봤던 중간재 품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돌아온 수출…3월 최고 다시 썼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38억3000만 달러(약 60조7202억40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6%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다. 
수출 증감률 및 수출액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수출 증감률 및 수출액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증가율이 아닌 절대 액수로 봐도 수출은 완연한 회복세다. 한 달 기준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특히 월간 수출액으로는 지난달은 역대로는 세 번째, 3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다. 지난달보다 수출액이 많았던 때는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었던 지난 2017년 9월(551억2000만 달러)과 2018년 10월(548억6000만 달러) 두 번뿐이다. 
 

코로나 ‘못난이’ 업종도 강세

수출액은 지난해 11월부터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확산에 비대면 경제가 부상하면서 정보기술(IT)과 반도체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원래 잘 나갔던 품목뿐 아니라 코로나19의 직접적 타격을 받았던 다른 중간재 품목까지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1~2월 감소했던 일반기계(6.9%)ㆍ석유제품(18.3%)ㆍ섬유(9.4%)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모두 증가로 돌아섰다. 석유제품은 국제유가 회복으로 2년 3개월 만에 전년 대비 수출액이 증가로 전환했다. 일반기계도 월별 수출액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대림산업 여수 석유화학 단지. [중앙포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대림산업 여수 석유화학 단지. [중앙포토]

2월부터 회복세였던 석유화학(48.5%)ㆍ철강(12.8%) 수출도 지난해와 비교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상승 폭을 확대했다. 석유화학은 한 달 수출액으로는 지난달(47억5000만 달러)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철강도 29개월 만에 두 자리 증가 폭을 보였다. 백신 보급 등으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요국 일상회복이 시작하자 이른바 ‘이연(移延·시일을 미룸) 수요’가 살아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자동차 주력 제품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반도체 수출액(95억1000만 달러)은 9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자동차 수출액(44억 달러)도 3개월 연속 늘면서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인 바이오헬스는 19개월 연속 상승했다. 또 가전과 2차전지 등 IT 품목도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요 수출품목 3월 증감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주요 수출품목 3월 증감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품목별로 보면 15대 수출 품목 중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14개가 전년과 비교해 수출액이 늘었다. 품목 쏠림 없이 전반적인 수출 개선이 이뤄진 것이다. 14개 품목 이상에서 수출이 증가한 것은 9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 중 9개 품목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출 회복은 맞지만…불확실성은 여전

이 같은 수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백신을 보급할수록 경기회복 확산과 수요증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 경쟁력이 과거보다 향상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난달 수출 증가를 이끌었던 중간재 품목들은 국제유가와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판매단가가 올라간 덕을 봤다. 이들 산업 경쟁력이 올라가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AP=연합]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AP=연합]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수출 증가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코로나19 이전 상황보다 더 개선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외환경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갈등이 부담스럽다. 특히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미·중 갈등이 더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세계 교역 회복,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 국제유가 상승이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 문제, 보호 무역주의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물류나 부품 조달 리스크 등 대외여건 불확실성도 여전하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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