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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트럼프 뒤집기…美 국방부 "트랜스젠더 군복무 허용"

중앙일보 2021.04.01 14:38
미국에서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군 복무가 다시 허용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금지 방침을 뒤엎으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성소수자의 권리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약해 왔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3월31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성소수자의 권리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약해 왔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3월31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국방부는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와 관련한 2016년 정책을 복원한다”면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새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개정된 정책에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허용을 비롯해 ▶복무 중 성전환 기회 제공 ▶성 정체성에 따른 비자발적 제대 또는 재입대 거부 등 차별 금지 ▶군인의 성별 표시 변경 절차 논의 ▶성적 위화감(gender dysphoria)을 느낀 구성원에 대한 의료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자신의 성별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 진단을 받은 장병은 2200명으로 2019년 2월 1071명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트랜스젠더로 추정되는 장병은 1000~8000명 규모로 파악됐다. 국방부는 “이번 개정은 자신이 식별한 성(性)에 따라 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고, 복무자에게는 성전환, 성 정체성 인정, 의료 지원을 위한 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정책은 각 군의 보완 절차를 거쳐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군 복무는 지난 2016년 6월 오바마 행정부 때 처음으로 허용된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면서 제동이 걸렸다. 복무 중인 장병의 성전환 관련 의료지원에 연간 수백만 달러의 의료비가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2016∼2019년 국방부가 성소수자 장병 의료 지원에 쓴 비용은 800만 달러(90억 원) 정도였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가 검토를 요구했고, 2019년부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사실상 금지했다.
 
지난 3월15일 미국 몬태나 주의회 의사당 계단 앞에 모인 성소수자 시위대. [AP=연합뉴스]

지난 3월15일 미국 몬태나 주의회 의사당 계단 앞에 모인 성소수자 시위대. [AP=연합뉴스]

줄곧 성 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강조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닷새 만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정책을 철폐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내가 하는 일은 자격을 갖춘 모든 미국인이 제복을 입고 조국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방부는 새 규정 마련 작업을 벌였고,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결과물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소수자(LGBTQ)의 권리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취임 직후 동성애자인 피트 부티지지를 교통부 장관에 선임한 데 이어 미 하원은 성소수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평등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이들의 차별을 금지하고, 사법 제도에 따라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고 권리를 증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늘은 미국이 성소수자의 완전한 평등을 위해 투쟁하고, 행동해 온 역사를 인정한 날”이라며 “성소수자 운동의 용맹과 강인함이 일궈놓은 유산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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