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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화재 사망, 운전자 조작 미숙” 경찰 결론에…"의혹 증폭"

중앙일보 2021.04.01 12:00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화재 사망사고 당시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화재 사망사고 당시 모습. 연합뉴스

"운전자 조작 미숙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화재 사망사고 4개월여 만에 경찰이 내놓은 결론이다.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통신 장비) 운행정보 검사 결과가 근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찰이 근거로 든 자료가 설득력이 떨어져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됐다”고 입을 모았다. 
 

“복구 불능 EDR 대신 텔레매틱스 분석”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9일 오후 9시 43분쯤 서울 한남동 아파트에서 테슬라 전기차 모델X가 지하주차장 벽을 들이받으며 불이 나 탑승자 윤모(60)씨가 사망한 사건의 원인을 운전자의 조작 미숙으로 판단했다”며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윤씨는 대형로펌 변호사이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친구다. 
 
경찰은 대리기사인 운전자의 ‘차량 급발진’ 주장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제동 시스템에서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내부 RCM(리어 카메라 미러) 기판은 충격과 화재로 심하게 손상돼 EDR(사고기록장치) 검사가 불가능했다”고 했다. EDR은 사고 원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로 꼽혀왔다. 
 
경찰은 EDR 대신 사고 발생 직후 테슬라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텔레매틱스 자료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텔레매틱스는 원격으로 테슬라 서버에 저장되는 정보를 뜻한다. 테슬라는 원격으로 개인 차량의 정보를 입수해 빅데이터로 활용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미·중 갈등 속 군인과 공무원의 테슬라 차량 사용을 규제하기도 했다. 
 
경찰은 “텔레매틱스 운행정보를 조사한 결과 운전자 주장과 달리 지하주차장 입구부터 충돌 시까지 브레이크는 작동되지 않고 가속페달만 작동했다”며 “충돌 10초 전부터 가속이 시작됐고 4초 전부턴 가속페달이 최대치로 작동해 충돌 당시 약 95km/h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폐쇄회로(CC)TV 영상의 사고 전 브레이크 미 점등, 속도 분석 결과와도 유사했다”고 덧붙였다. 피의자인 대리기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에도 여전히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라고 진술한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이 제시한 근거, 설득력 없어”

테슬라 모델X. 사진 테슬라코리아

테슬라 모델X. 사진 테슬라코리아

전문가들은 텔레매틱스 자료의 정확성에 의구심을 보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 모델X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3초대”라며 “경찰은 충돌 10초 전부터 가속페달을 밟아서 일정 속도에 다다른 후 마지막 4초 동안 가속페달을 최대로 밟았다고 한다. 일정 속도에 오른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았으면 시속 100km가 넘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시속 95km까지 갔다는 경찰의 설명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2초 정도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을 순 있지만, 베테랑 운전자인 대리기사가 페달을 내내 밟았다는 게 이해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또 “운전자는 보통 주차장에 들어설 땐 속도를 줄이기 마련”이라며 “대리기사는 고급차량을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으니 더 조심히 운전했을 것”이라고 봤다. 
 
CCTV 속 브레이크 미 점등도 부정확한 정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정상적으로 브레이크 등이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난센스”라고 했다. 김필수 교수도 “브레이크 점등은 의미가 없다”며 “발을 브레이크에 올려만 놔도 불이 들어오기도 한다. 브레이크 등이 들어왔다고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경찰이 의혹을 풀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텔레매틱스 데이터는 EDR보다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주된 의견인 데다 모델X는 배우 손지창도 급발진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된 차종”이라며 “알 권리 차원에서 텔레매틱스 그래프 등 납득이 갈만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피시크래시’도 돌렸다” 반박

경찰은 텔레매틱스도 EDR만큼 정교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텔레매틱스에는 속도뿐 아니라 브레이크 작동 여부, 가속페달을 밟는 세기, 운전대 조종 각도 등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슬라로부터 받은 자료만 가지고 판단했겠느냐”라며 “CCTV 영상을 피시크래시(PC-Crash)라는 프로그램과 접목해 사고 당시 차량 움직임을 재현해내는 등 다각도로 살펴보고 결론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피의자가 주차장 입구에서 10초나 가속페달을 밟은 상황에 대해선 “주차장 길이가 148m였다”며 “튕겨 나가는 수준으로 가속되는 등 전기차의 성질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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