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테슬라·아마존처럼…토종 ‘굴뚝산업’ 디지털 전환 속도낸다

중앙일보 2021.04.01 10:52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월 ‘스마트 선박’을 처음 개발했다. 괜히 ‘스마트’란 수식어를 붙인 게 아니다. 선박 엔진과 제어기기, 각종 기관 등의 운항 정보를 위성을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을 접목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선박 AS(사후서비스)를 하고 있다. 선주사가 스마트폰으로 웹사이트에 접속해 문제를 등록ㆍ조회하고 AS 담당자와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식이다. 선박은 한 척당 수백억~수천억 원에 달하는데,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수명에 큰 차이가 난다. 운영비를 아낄 수 있는 스마트 선박이 해외 선주사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다. 제조업 분야의 대표적인 디지털 전환 사례다.
디지털 전환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부 장관 등 전문가들이 부산 현대 글로벌서비스 디지털 관제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디지털 전환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부 장관 등 전문가들이 부산 현대 글로벌서비스 디지털 관제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현대중공업 사례를 들어 국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디지털 기반 산업혁신 성장전략’을 산업 현장 곳곳으로 확산하는 취지에서 후속 전략을 발표했다. 1일 부산 현대글로벌서비스(현대중공업 자회사) 본사에서 가진 ‘디지털 전환 산ㆍ학ㆍ연 현장 간담회’ 자리에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개별 기업 혼자 힘으로 하기 어려운 디지털 전환을 산업 전반에서 본격 확산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건 디지털 분야에서 ‘빈부 격차’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산업부가 지난 2월 국내 10대 업종, 500개 기업을 설문한 결과 국내 업종 대부분의 디지털 전환 성숙도가 ‘준비’ 또는 ‘도입’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미래차ㆍ가전ㆍ유통 등 대기업이 선도하는, 고객 서비스 분야가 앞서 나갔다. 하지만 중소ㆍ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한 범용 소재ㆍ부품 산업은 디지털 전환에 크게 뒤졌다. 데이터ㆍ인공지능(AI) 활용률도 대기업은 22.4%에 달했지만, 중견ㆍ중소기업은 2% 미만이었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두드러졌다. 국내 업종 대부분의 디지털 전환 성숙도는 ‘준비’ 또는 ‘도입’ 수준에 머물렀다. ‘확산’ 내지는 ‘고도화’ 단계에 접어든 테슬라ㆍ아마존과 대비됐다. 이종석 산업부 산업기술시장혁신과장은 “기존처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로는 ‘승자 독식’ 구조 디지털 경제에서 국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문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후속 전략으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부터 연내 제정하기로 했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산업 데이터 활용 등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철강은 지능형 전기로 시스템, 조선은 스마트선박, 바이오는 AI 기반 진단 의료기 등을 디지털 전환의 ‘플래그십’으로 삼아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이 플래그십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산학 융합 프로젝트, 인재 교육 등 150여개 후속 사업도 추진한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