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15조원 넘는 주식을 매도한 국민연금에 동학개미의 원성의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지로에 자리한 국민연금 본사. 장정필 객원기자
지난달 31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올해 첫 거래일(1월 4일)부터 3월 말까지 1분기에 코스피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총 15조7230억원이다. 기관투자자가 석 달간 판 금액(28조3240억원)의 56%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8조5991억원 팔았다. 기관과 외국인이 쏟아낸 매도 물량을 받아낸 것은 개인투자자다. 지난 석 달간 개인은 37조714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분기 연기금 15조원 순매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기금 매도 속 코스피 ‘부진’과 개미 ‘원성’
연기금은 1월 4일 이후 47거래일을 쉼 없이 팔았다. 이후 3월 15일과 16일 ‘반짝’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17일부터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하루 평균 2658억원의 순매도 물량은 증시를 짓눌렀다. 올 초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뚫고 3200선까지 거침없이 돌파한 코스피가 2월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다.
1분기에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판 삼성전자의 주가도 주춤한 상태다. 연초 9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월 들어 8만원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연기금의 순매도 상위 종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연금 3~5조원 더 팔 수 있어”
문제는 지난해 주가가 급등하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자산평가액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운용기금의 21%를 단숨에 넘어선 데 있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16.8% 목표치를 맞추려면 20조원가량의 매도가 필요했다”며 “(그동안 15조원 상당의) 누적 순매도액을 고려하면 추가 매도 금액은 3조~5조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했다. 앞으로도 털어야 할 물량이 더 있다는 의미다.
장기 매도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국민연금도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기존에 설정한 목표치는 유지하는 대신 목표에서 이탈이 허용되는 범위(현행 ±2%포인트)를 확대하는 방식(국내 주식 목표 비중 유지규칙 변경)이다.
이 범위가 확대되면 적어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일은 줄 수 있다. 확정된 건 아니다. 위원회 측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달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달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개인 투자자로 구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기관의 과매도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시 조정은 연기금 문제가 아니야”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 이익의 개선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데다 달러 강세 등으로 인해 수급의 또 다른 축인 외국인의 순매도가 늘고 있다”며 “연기금 매도세가 멈추더라도 당장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