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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20여년 전 가출한 남편, 이혼하자며 재산 나누재요

중앙일보 2021.04.01 07:00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09)  

이혼할 때 혼인 기간이 길면 재산은 대개 반씩 나눈다. 하지만 혼인 전에 친정이나 본가로부터 증여받았거나 본인이 가지고 있던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진 pixabay]

이혼할 때 혼인 기간이 길면 재산은 대개 반씩 나눈다. 하지만 혼인 전에 친정이나 본가로부터 증여받았거나 본인이 가지고 있던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진 pixabay]

 

회갑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 이렇게 이혼을 고민하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남편은 딸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집을 나갔습니다. 너무도 오래되어 이제는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습니다. 결혼생활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그렇게 집을 나가서 한 번도 딸아이를 보러 오지도 않았고, 양육비나 생활비를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저 역시 바람결에 남편이 어디서 산다는 말을 들었지만 찾아가지도 않았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마 이혼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 부질없지만 이혼하지 않는 것이 제가 딸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생활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는 곤한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친정에서 굶지 않도록 도와주었고, 그 이후 부지런히 일해서 지금 제 생활형편은 나쁘지 않습니다. 딸이 시집갈 무렵 남편이란 사람에게 연락했습니다. 훌륭한 사위와 사돈에게 책잡힐 행동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무사히 식은 마쳤고 남편과 다시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딸 결혼식으로 제 형편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안 남편이 제게 돈을 요구했어요. 제가 거절하자 이혼하자면서 재산분할을 운운합니다. 어떻게 제가 살고 있는 집에 본인의 권리가 있다는 것인가요? 딸 결혼식에 딸의 손 잡고 들어간 그 하나로 이렇게 제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인가요? 딸자식 결혼하는데 세간살이 하나 사주지 않고 본인 덕분에 식이 잘 끝났다면서 수고비를 받아간 사람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이혼해야 했나 후회가 됩니다.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요즘은 부부가 혼인 중에 집을 살 때 부부 공동명의로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사례자가 결혼생활을 할 때는 거의 남자 명의로 부동산을 샀습니다. 물론 사업을 하거나 빚보증을 잘못 서줘 집을 처분하게 된 경험이 있으면 오히려 아내 이름으로 재산을 장만하기도 했고요. 혼인 중에 형성한 재산을 이혼할 때 그 소유명의에 불구하고 남편과 아내의 기여도에 따라 분할하는 재산분할제도가 도입된 이후 법원은 재산의 소유명의가 없는 아내에게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모로 배려해 왔습니다. 그래서 혼인 기간이 길면 재산은 반씩 나눈다고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 혼인 전에 친정이나 본가로부터 증여받았거나 본인이 가지고 있던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혼인 중에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거나 증여받아 취득한 재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분할대상이 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는 분할할 수도 있습니다. 그 재산을 관리하고 유지하는데, 상대방의 기여가 있다면 증여나 상속받은 재산도 이혼할 때 어느 정도 분할을 해야 공평하겠죠.
 
지금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구하는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을 할 재산은 혼인생활이 파탄되었을 때 부부가 보유하고 있던 재산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지금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구하는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을 할 재산은 혼인생활이 파탄되었을 때 부부가 보유하고 있던 재산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사례자는 남편과 형식적인 혼인 기간이 30년 이상 되었겠지만, 혼인생활의 대부분 별거하였고, 지금 사례자가 보유한 재산은 사례자가 전적으로 마련한 것이라 짐작됩니다. 친정의 도움도 받았군요. 이런 경우에도 형식적인 혼인 기간을 이유로 재산을 나눠줘야 한다면 그것은 재산분할제도의 목적에 반하는 것입니다.
 
또 사례자의 경우 오래전 남편이 가출했을 때 혼인생활은 파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구하는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을 할 재산은 혼인생활이 파탄되었을 때 부부가 보유하고 있던 재산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파탄 이후에는 기여도를 주장할 수 없겠죠. 사례자도 재산의 취득 경위와 지금까지 유지하는데 본인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밝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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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 배인구 법무법인로고스 가사·상속센터장 필진

[배인구의 이상(理想)가족] 어쩌면 힘들고,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 판사 경험을 가진 필자가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재구성·각색해 매주 가족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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