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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김에 대출금리↑, 기준금리 동결 속 예금금리↓…은행만 웃는다

중앙일보 2021.04.01 06:00
휘발유값처럼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는 건 없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휘발유값은 ‘찔끔’ 떨어지는 반면, 국제유가 오를 때는 휘발유값이 무섭게 오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은행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예금금리는 장기간 1% 밑으로 묶여있는데,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며 꾸준히 오르고 있다.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예금 이자는 점점 줄어드는데, 대출 이자가 늘어나니 손해를 보게 된다. 
대출 금리는 오르고 예금 금리는 떨어지며 예대금리차는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셔터스톡

대출 금리는 오르고 예금 금리는 떨어지며 예대금리차는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셔터스톡

신용대출 금리 6개월 만에 2.89%→3.61%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0.85%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대출금리는 연 2.74%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는 1.89%포인트로 2018년 1월(1.89%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목별로 쪼개봐도 대출금리는 오름세가, 예금금리는 내림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를 비교하면 주택담보대출(연 2.44%→2.66%)과 신용대출(2.89%→3.61%), 보증(전세)대출(2.52%→2.64%) 등 대출 금리는 일제히 올랐다. 
 
현재 연 2.55%인 적격대출 금리도 4월부터 2.9%로 오른다.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민간 금융사를 통해 판매하는 주담대 상품으로 최장 30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돼 인기가 높다. 반면 예금을 살펴보면 정기예금(1%→0.94%), 정기적금(1.18%→1.16%) 등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려가는 예금금리, 올라가는 대출금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내려가는 예금금리, 올라가는 대출금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출 자제령에 우대금리 축소로 대출금리 오름세

대출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의 입김이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시중은행에 사실상 ‘대출 자제령’을 내렸다. 각 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한도를 낮추는 등 금리 인상에 들어갔다. 신용대출 평균 금리만 보면, 지난해 11월 3.01%에서 12월 3.5%로 0.49%포인트 급등했다.
 
그렇다면 예금 금리는 왜 오르지 않을까.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금리 산정 방식과 예금 금리 산정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은행 예금 금리는 각 은행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정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양도성 예금증서(CD) 91일물, 은행채 금리(AAAㆍ무보증) 등이 기준이 되는데 이중 기준금리의 영향이 가장 크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이후 연 0.5%로 유지 중이다. 당분간 인상될 여지도 적다. 예금 금리 산정에 사용되는 은행채 단기물 금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은행채 1년물(AAAㆍ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8월 말 0.881%에서 이달 30일 0.895%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대출금리 산정에 활용하는 은행채 금리는 반등이 빠르다. 은행채 5년물(AAAㆍ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8월 말 1.46%에서 이달 30일 기준 1.829%로 올랐다. 은행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가 장기간 동결된 데다, 최근 장기 금융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며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벌어지는 예대금리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벌어지는 예대금리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넘치는 유동성에 특판 예금 사라져…웃는 건 은행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특판 예금 상품도 사라지는 추세다. 은행이 대출을 더 하려면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을 맞춰야 한다. 이럴 때 이자를 더 쳐주는 상품을 팔아 시중의 여윳돈을 끌어들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 은행이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아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게다가 은행별로 대출관리에 들어가 예금을 더 받는다고 대출을 더 내줄 곳도 없는 탓에 예금(을 늘릴) 수요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월 609조2868억원에서 이달 말(29일 기준) 650조8193억원으로 40조원가량 늘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벌어지며 웃는 건 은행뿐이다. 은행이 내는 이익의 중요 지표는 순이자마진(NIM)이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본격적인 가산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예대금리차 확대, 가계대출 가산금리 상승추세로 2021년 1분기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의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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