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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격차 크다는데 아이 수준 몰라"…사설시험 찾는 학부모

중앙일보 2021.04.01 05:00
지난달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첫 등교를 한 1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와 함께 입학식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뉴스1

지난달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첫 등교를 한 1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와 함께 입학식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뉴스1

초등 3학년 아들을 키우는 고모(37‧경기 광명)씨는 5월 한 교육업체가 주관하는 수학경시대회에 아이를 응시하게 할 계획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제대로 못 가 학력 격차에 대한 불안감이 큰데 학교 수업만으로는 아이 수준을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학교에서 2주 전에 진단평가를 봤지만 담임 교사는 아이 수준이 어떤지 얘기해주지 않았다. 고씨는 “코로나19 이후 아이가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는지 걱정되는데 학교에서는 제대로 대비가 안 된다”며 “손 놓고 있다가는 우리 애만 뒤처질 같아 사설시험을 보고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설시험 응시자 지난해 대비 증가

코로나19 장기화로 학력 격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설시험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초3~고3을 대상으로 하는 A업체 경시대회는 전년도보다 접수자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반기‧하반기 시험 응시자가 1만3000명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 시험 접수자만 1만5000여명에 달한다. 시험 주관 A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학교에 제대로 못 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이 실력을 점검해 보고 싶은 학부모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는 중·고교생보다 초등학생 응시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2021학년도 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지난달 2일 오전 청주시 서원구의 한 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2021학년도 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지난달 2일 오전 청주시 서원구의 한 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연합뉴스

초등 학부모들이 사설시험에 몰리는 이유는 학교에서 시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서울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시험이 폐지되고, 2017년부터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평가로 바뀌어 학부모가 자녀 실력을 알 방법이 사라졌다. 사설 경시대회는 응시료가 4만5000원이지만, 성적표에 총점‧전국평균‧백분위 등이 표기돼 자녀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초등 3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39‧서울 은평구)씨도 최근 사설시험에 관심이 생겼다. 이씨는 “코로나19로 등교를 제대로 못하면서 학습 결손 걱정이 커졌다”며 “올해도 절반 이상 원격 수업을 하는데 아이가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초6‧중3 학생역량지수 5년간 최하

학력저하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 학생역량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6과 중3의 학생역량지수가 각각 65.47점, 65.63점으로 2016년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학생역량지수는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 등 6개 분야 점수를 합산한 것이다. 교육개발원은 2016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학생들의 역량지수를 측정해왔다.
초6, 중3 학생역량지수 지난해 가장 낮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초6, 중3 학생역량지수 지난해 가장 낮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육부는 3월 중 초1~고1을 대상으로 이뤄진 진단평가를 토대로 기초학력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진단평가 결과를 학생‧학부모에게만 전달하고 실태분석을 하지 않아 학력 격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이뤄진 기자 간담회에서 “학력 격차 대책을 세우는데 학교별 서열 분석을 할 필요는 없다”며 “진단평가 토대로 교육청과 논의해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지역별‧학교별 격차가 벌어졌는지 확인하려면 전국 단위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지난달 30일 임시대의원회를 열고 ‘기초학력 보장법’ 제정을 촉구했다.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학력 진단‧평가를 하고 종합적인 학습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지금 기초학력 문제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나중에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며 “학부모들이 아이의 학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진단 시스템을 마련해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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