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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올리려면 검열받아라?…스타트업 옥죄는 황당 규제

중앙일보 2021.04.01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허윤주 디자이너

일러스트=허윤주 디자이너

21대 국회에서 IT 플랫폼에 대한 규제 법안이 줄줄이 나오면서 인터넷 업계가 뒤숭숭하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규제 법안으로 핵심 성장동력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원법안 5개인데 규제는 15개
서비스 제공자에 공익광고 의무
부동산 시스템 이용 강제하기도
막 자라나는 스타트업에 부담돼

무슨 일이야 

스타트업 1500곳이 가입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31일 ‘스타트업 정책 동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회원사인 스타트업에 적용될 법률 개정안과 정부부처 및 의원실이 코스포측에 의견 제출을 요구한 법률안을 전수 조사 분석한 결과다.
 
코스포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총 15개 법안을 ‘핵심규제 법안’으로 꼽았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5개 법안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필요한 법안으로 분류했다. 코스포는 규제법안이 지원법안보다 많다고 분석했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디지털 뉴딜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실제 법안 중엔 규제가 더 많았다”며 “아직 상장하지 않은 스타트업에도 글로벌 빅테크에 해당할 규제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다”고 말했다.
  

규제 법안 어떤 내용이길래

추진 중인 IT플랫폼·스타트업 주요 규제법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추진 중인 IT플랫폼·스타트업 주요 규제법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① 황당 규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수료를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담겼다. 점유율이 높은 플랫폼이 소상공인 상대로 수수료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라는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전면 금지해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관련 조항에 대해선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국회부의장)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부가통신사업자)가 공익광고를 의무적으로 게시하도록 했다. 당초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넷플릭스 등 구독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에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료 기반인 대부분의 OTT엔 광고가 없다. 그러자 의원실은 법안 적용 대상을 ‘인터넷광고 게시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평균 이용자수, 매출이 일정액 이상인 자’로 바꿨다. 세부 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하더라도 여전히 적용 범위가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배달의민족이나 당근마켓 등 수수료 대신 광고료로 돈을 버는 회사들이 공익광고를 게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스타트업에 공익광고 의무화는 기업의 성장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규제”라고 말했다.
 
② 닫힌 규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동산 거래법에는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공공주택 등에 의무적으로 활용화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정부 시스템이 불편해 소비자의 호응이 저조한데도 이를 강제한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전자계약시스템 이용 건수는 6만여건으로 전체 부동산 거래량의 1.8%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한 스타트업의 사업 기회를 정부가 차단하는 역효과도 있다. 코스포 측은 “국토부가 만든 전자계약 시스템을 시장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법”이라며 “법이 제정되면 스타트업이 만든 민간 전자계약 서비스는 설 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③ 과도한 규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하 전상법)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전상법의 경우 개인 간 거래(C2C)에서 문제가 생기면 당근마켓 등 플랫폼이 실명·전화번호·주소 등을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스타트업계와 소비자 모두 반발이 크자, 31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상법에서 ‘주소 제공 의무’를 삭제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게 왜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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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안이 모두 국회 본회의 문턱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규제 법안은 발의 단계부터 스타트업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의 적용 대상이 될지, 시행시 사업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서비스 업종의 3년차 스타트업 대표는 “규모가 작은 대다수 스타트업은 규제가 사업에 미칠 영향을 사전 점검하고 대비할 여유가 없다”며 “사업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가 많이 발의됐다면 대관팀을 꾸리거나 로펌에 자문해야 하는 등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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